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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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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쉬겠다
/오정순(시인, 수필가, 디카시마니아)
노래 소리 들리시면 뛰어 오세요, 봄님
잘 오셨다고, 잘 가시라고, 기다린다고 일년 내내 목 빼고 노래할 겁니다 아파도 살아 있으니까요
3월이 되면
날씨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기후 속 천천히 오고 있는 봄의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이고 목을 빼고 기다리는 우리들이다. 오정순 시인 「목쉬겠다」 “노래 소리 들리시면 뛰어 오세요, 봄님”/ 잘 오셨다고, 잘 가시라고, 기다린다고 /일년 내내 목 빼고 노래할 겁니다/ 우리에게는 봄은 어머니와 같은 대지이다. 안 보면 보고 싶고 어머니만 있으면 풍성해지는 마음이 동요한다. 텃밭 같은 어머니 모든 것을 내어주시고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다. 봄이 되면 깡깡 마른나무에서도 눈을 뜨고 노래를 한다. 언제 꽃잎을 틔웠는지 여기저기 꽃밭에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에 우리는 봄 마실을 나간다. 봄이 오면 일상생활에서도 금이 간 담을 보수하고 칙칙한 도배도 봄꽃처럼 단장을 한다. 영상에 보이는 나무가 외치는 소리에 놀란 봄은 천천히 오는 것이 아니라 뛰어오고 있을 것 같다.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푸른 봄, 할 일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땅 위로 오르는 아지랑이 작은 목소리로 ‘조그만 참으세요. 다 왔어요.’ 좋은 일들이 차곡히 채워지는 3월이 대문 앞에서 기우뚱 문을 두드린다. 와락 안아 본다, 벌써 뛰어 들어오는 어머니 같은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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