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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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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하고 안타까운 갑진년을 뒤로 하고 2025년 을사년, 푸른뱀의 해가 밝았다. 뱀은 예로부터 지혜롭고 신중한 동물로 여겨졌다. 새로운 시작, 새롭게 도약하 에너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을사년의 ‘을’은 푸른색으로, 성장과 희망, 유연성을 뜻하는 동시에 뱀이 허물을 벗어 성장하듯 변화와 재생, 시작의 의미를 품고 있어 푸른 뱀의 해는 ‘새로운 시작과 발전’을 의미한다. 뱀은 비늘로 덮여있는 몸뚱이나 날름거리는 혀 등 생김새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성경에서는 인간의 원죄를 부추기는 사악한 존재로 뱀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에게 뱀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다. 집구렁이는 가정의 운을 지키는 일종의 가신(家神)의 의미이기도 했다. 조상들은 뱀이 자라면 구렁이가 되고, 이무기가 된 후 여의주를 얻으면 용으로 승천한다고 믿었다.
뱀은 교활함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있는 본능과 자의식을 깨우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허물을 벗는다거나 죽은 듯이 긴 겨울잠을 자고 봄에 깨어나는 특성은 재생과 불사의 상징으로도 봤다. 이런 특성 탓에 뱀은 고구려의 벽화나 신라 토우, 삼국유사 등에서는 무덤의 수호신, 죽은 자의 환생과 영생을 바라는 상징이기도 했다. 뱀띠는 충실한 기를 타고나 비범하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자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력을 갖고 있다. 용의주도함도 뱀띠의 장점이다. 세심하지만 한편으로는 신경질적인 면도 있어 방종을 경계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역사 속 을사년은 유달리 큰 사건이 많았다. 가장 큰 사건은 한국 근현대사의 전환점이자 36년간 이어진 일제강점기의 시작점이었던 을사늑약이었다. 을사늑약에서 나온 말이 ‘보기에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라는 뜻의 ‘을씨년스럽다’이다. 을사년 국권을 강탈당하고 5년 후인 1910년 경술국치로 식민지배가 시작되자 치욕을 못견딘 충신열사들은 자결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을사년스럽다’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을씨년스럽다’로 바뀐 것이다. 해방 후 20년이 지난 1965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청산은 없이 양국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만을 담은 한일기본조약을 체결, 국민적 반발을 산 바 있다.
뱀과 얽힌 이야기가 전해오는 지역도 많다. 고성에도 두 곳의 뱀 지명이 있다. 고성읍 수남리 수외마을 사두(蛇頭)골은 남산 동남쪽의 골짜기인데 모습이 뱀의 머리 같아 붙은 이름이다. 마암면 보전리 보대마을 중간쯤에 있는 개구리바위 뒷산이 ‘뱀등’인데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 사고 등 악재들이 세밑 민심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을사년 푸른 뱀의 해는 성장과 시작을 뜻한다. 푸른 뱀의 건강한 에너지가 고성군민을, 대한민국을 힘나게 하기를. /최민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