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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를 이고 사는 순박한 사람들이 있는 곳 - 牛頭浦

고성군 동해면 장좌리 우두포마을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06월 22일
ⓒ 고성신문

바다가 푹 꺾여 들어간 서쪽에 소머리가 앉아있다. 소는 멀리 바다 위에 둥둥 뜬 섬들을 바라본다. 포구에는 쉴 새 없이 배가 들락거리고, 사람들은 생선 한 마리라도 더 팔아보겠다고 손가락을 치켜든다.


 


산이 소 머리 모양이라 해서 우두, 배가 다니는 포구라 해서 포. 소머리를 이고 사는 마을은 우두포(牛頭浦).


 


# 소머리를 이고 앉은 마을, 우두포













동해면 동남쪽 장좌리 우두포 마을. 소가야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무도 모른다.


 


고성이 농촌이지만 이 마을은 논도 밭도 없다. 그들의 논과 밭은 바다다.


 


 그 바다라는 것이 얼마나 위치가 좋았던지 한말에는 진해만의 어업기지도 있었고, 일본 순사들의 주재소도 있었단다.


 


온통 자갈밭이던 바닷가가 매미며 셀마처럼 강한 바람을 만나 다 쓸려가 버렸다. 그래서 자갈밭을 아예 매립해 이제는 어판장이 생겼다.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해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모두들 바다로 나갔단다. 멸치 잡으러.


 


미더덕이 지천이라 남아있는 마을 사람들은 미더덕 배에 들러붙어 껍질을 까느라 분주하다. 남자들은 양식장에 나가 미더덕을 걷어오고 여자들은 배 바닥에 퍼질러 앉아 껍질을 까고, 집에 아무도 없으니 심심해 엄마 따라 나온 아이들은 미더덕 바구니에 스티커를 붙이며 시간을 보낸다.


 


매립했다는 바다 안을 들여다보니 까만색 치어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손바닥만 한 감성돔 치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먹을 고기가 많아서 그런지 갈매기들도 쉬지 않고 끼룩거리며 수면 위에 앉았다 날았다 한다.


 


# 나무와 꽃이 사는, 일본식 아름다움 


일제시대 주재소도 있었고, 심상소학교라는 일본식 학교도 있었다더니 적산가옥도 남아있다. 김정옥 할머니가 시집와 보니 시댁이 적산가옥이더란다. 아들 진성호씨는 다다미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반백년이 넘은 지금 아들은 도시로 나갔고 늙은 어머니만 남아있다... 이런 것이 보통의 이야기라면 진씨 가족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홀로 사는 어머니가 안쓰러워 일 년에 반 이상 어머니와 함께 이 일본식 집에서 지낸다.


 


뱃일을 하기에는 너무 곱게 생긴 진성호씨의 아내와 아이들은 마산에 있단다. 진성호씨는 어머니의 말벗도 해주고, 가끔 고기도 잡으러 나가고 그렇게 살고 있다.


 


태풍 매미가 왔을 때, 워낙 약한 나무집이라 그만 문들이 다 날아가 버렸단다. 그런데 다시 나무로 문을 짜 넣자니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단다. 그래서 지금 전부 일본식 집인 진성호씨네 집에는 문만 현대식이다.


 


경남을 탈탈 털어 일본집은 이 집 하나 남았다. 그래서 충북대학교에서는 연구를 하러 진성호씨 댁에 와 모든 치수를 다 재어 갔단다.


 


진성호씨의 할아버지 적부터 있었다는 이 적산가옥. 기자의 생각일 뿐이지만 이러한 집들을 요새 방이 없어 못 구한다는 펜션으로 만들어놓으면 그나마 돈이라도 벌 텐데...기자의 말에 이 집을 60년 지켜온 김정옥 할머니가 “말도 아이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 얼굴도 한 번 몬보고 시집 왔다 아이가 


땡볕에 인상을 찌푸리고 땀을 뻘뻘 흘려대며 인사를 하는 기자가 안 돼 보였던지 우두포 마을 백현두 이장님이 2년 전 지었다는 어판장으로 안내한다. 전후좌우 다 뚫린 어판장이라 역시 시원하다. 수조 안을 들여다보니 광어, 놀래미, 문어, 해삼 등등이 펄떡인다.


이장님이 방송을 한다. “아, , 알립니다. 오늘 고성신문에서 우리 마을을 소개하끼라꼬 왔답니더. 방송 들으시는 분들은 지금 바로 어판장으로 오이소”


할머니 세 분이 연신 “머 한다꼬?”라며 어판장으로 오신다. 할머니 두 분이 더 합류하더니 또 그러신다. “머를 한다꼬?


마을 소개를 겸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얘기도 들을 것이란 얘기에 “아이구, 할매들한테 머 볼 끼 있다꼬”하면서도 아이처럼 눈이 반짝반짝 한다. 옛날 얘기 해달라는 말에 “옛날 이야기? , 어매 아배가 시집가라 캐서 할배 얼굴도 몬보고 시집 와가 산 이야기? 내가 열일곱에 시집을 와 가꼬 이 날꺼지 요서 안살았나. 우리 시집올 때는 고마 그래가꼬 왔다. 연애가 오데 있어. 가라쿠모 가는기지. 그래 아 낳고 살다 보이 다른 데는 가보도 몬하고 요서 이래 안 사나”. 최둘선 할머니가 시집올 때 얘기를 꺼내놓자 같이 있던 다른 할머니들은 “내는 열여덟에 왔다, 내는 열여섯에 왔다” 다들 한 마디씩 거드신다. 그러면서 또 할머니 네 분이다들 그러신다. “아가씨 때는 좋은 줄 알아라이. 지금이사 연애도 하고 시집 갈 때도 골라서 안가나. 우리는 그런 기 오데 있노. 아가씨는 참 좋은 세상 타고 났다. 내가 요새 태어났으모 그리 안살낀데 우리 젊을 때는 다 그리 산께네 원래 그런긴갑다 했지”라며 특별히 좋을 것도 없는 요즘 세상에 태어난 기자를 부러워들 하신다.


 


# 지름 좀 마이 주그로 하모 안되나? 













취재 후 일어서며 할머니들께 뭐 바라는 것 없으시냐 했다.


 


할머니들이 이구동성 “그거로 우리가 말할 수 있는가. 군에서 해주는 긴데 기자 아가씨가 우찌 해줄라꼬”한다.


 


카메라를 챙겨들고 어판장을 나서는데 할머니들이 소곤소곤 하더니 기자를 잡는다.


 


“우리가 다른 거는 안 바라는데 경로당에 지름이 너무 없다. 지금은 낫지, 여름이니까. 그래도 겨울 되모 춥다. 겨울동안 한 드럼 나오는데 그걸 갖고 어데 붙이긋노. 거 지름 쪼깸만 더 주라 쿠모 안되긋나?.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안 바라신단다. 고기값이 내려도 많이 잡아 많이 팔면 되는데 군에서 주는 기름이 너무 적단다. 기름을 사고 싶어도 한 드럼 사봐야 한 달도 못쓰는데 근 20만원 돈을 하니 할머니들께는 부담이란다. 아들 며느리한테 그런 말은 못하겠단다. 군수님께 기름 좀 많이 달라 해보란다. <군수님, 기름 좀 많이 달랍니다. 어르신들 추우시답니다.>


 


바다는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탐욕에 젖은 사람들을 벌하기는 하지만, 사람을 속이지는 않는다. 노력하는 만큼 바다는 무언가를 준다. 그래서 우두포 사람들은 참 순박하다. 아니, 순수한 사람들이다. 평생을 바다만 보고 살아서 그런지 마음도 바다만큼이나 넓은 사람들이다. 소머리가 앉아있다더니 우두포 사람들, 소처럼 순하고 소처럼 참 열심히 산다.


 


















“이장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마을 어르신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는 것뿐입니다”


우두포 마을 이장 백현두씨 인터뷰




 













53가구 150명 정도 사는 우리 마을은 다른 마을과는 조금 다른 것이, 절반 정도가 40대 이하의 젊은 층입니다.


 


왼쪽에 소 한 마리가 누워있고, 바닷물은 남해 같지 않게 맑고 환합니다. 피조개가 많이 나고, 근래 들어 미더덕도 많이 납니다. 진동 미더덕 축제 때 고성 우리 우두포 미더덕을 사가서 축제를 할 만큼 질도 양도 아주 좋습니다.


 


다만, 이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냉동창고가 있으면 좋겠는데 사업비가 우리 마을 지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군의 지원이 가능하다면 우두포에도 냉동창고를 만들어서 우두포 미더덕을 전국 각지에서 단연 최고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장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 한 가지, 우리 마을 어르신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는 것뿐입니다.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0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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