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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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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생채기
/박해경(시인 디카시마니아)
휘몰아치는 비바람 엄동설한에도 끄떡없었는데 소리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지고 말았다.
시간을 따라 흐르는 우리들
어른들의 말씀 중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하셨다. 가을이 오면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힘없는 낙엽들을 볼 때면 필자는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읽는 것처럼 먼저 마음이 아려온다. 나이가 들어 비어 가는 가슴 탓일까. 박해경 시인 「시간 생체기」 “소리 없이 흘러가는/시간에 지고 말았다”// 꿋꿋한 우리의 젊음도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부서져 내리는 것처럼 시간에 지고 마는 인간의 쓸쓸함을 시인은 지적한다. 거슬려 오를 수 없는 시간과 세월이 아닐까. 우연히 들여다본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내밀고 있는 낯 선 얼굴 하나, 화들짝 놀라면서 “이렇게 변해가는구나” 싶다. 이런 순간들은 우리가 모두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멀리서 바라보는 붉은색은 아직은 아니라고 소리치는 함성 같고 노랗게 비치는 단풍색은 체념하는 사람의 모습같이 비춘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난간처럼 위태롭지만, 이 또한 견뎌야 하는 것도 우리 몫이다. 어긋난 시간을 퍼즐처럼 맞추기도 하고 길게 늘어진 시간을 잘라내기도 하는 우리들.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보내는 것과 다가오는 것을 태연한 자세로 슬퍼하지 말고 너무 매달리지 말고 버텨보는 즐거움은 우리가 고민하며 해결하는 일에서 가을이 말하고 있다. 지금, 시간에 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가을 노을을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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