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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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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일바지만 입고 일구디에 살던 아낙들이 버스까지 대절해 부산 국제시장으로 향한다. 버스 안에서는 남편 흉도 보고 남의 집 소식들도 오간다. 세상천지 모는 것이 없었는데, 정작 목적지인 국제시장에 도착해서는 남의 나라 말들이 생경하다. 결국은 몸뻬 하나만 사들고 돌아오지만 그래도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다.
황보정순 작가의 신작 소설집 ‘숨’은 10개의 이야기가 엮여 있다. 이번 소설집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도서출판 창연에서 창연 산문선 9호로 발행됐다. “내가 보기에 이 소나무는 늘 푸르고 듬직했다…내 주변에서는 이런 일로 많은 위로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 말 하면 이 말이 옳았고 또 저 사람이 이 말 하면 더 맞는 말 같았다. 어느 한 쪽이 옳은 선택인지 숨을 몰아쉬기가 힘겨운 계절을 맞게 되었다.-작가의 말 중” 황보정순 작가의 신작소설집 ‘숨’에는 동명의 단편소설 ‘숨’을 비롯해 ‘둥지’, ‘멍게’, ‘물푸레나무’, ‘앵무산’, ‘멜란포디움’, ‘해바라기’, ‘다시, 꽃이 피었다’ 등 8편을 비롯해 ‘연어의 꿈’, ‘글 만드는 남자’ 등 2편의 중편소설까지 모두 9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사람이 가진 근원적인 결핍과 그늘을 말하는 황보정순 작가는 때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때로는 땀내 나는 노동자와 농부, 어부들의 고단하지만 희망 넘치는 일상을 담는다.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지역어로 풀어내는 대화를 보면 독자들은 몇 마디 말만으로도 글 속에 쉬 빠져든다. 경남 양산 출신인 황보정순 작가는 2023년 ‘玉露(옥로)문학’을 통해 소설로 등단한 후 장편소설 ‘피앙새’, ‘바람의 벽’, ‘석산’, ‘장산숲’, ‘낭도의 봄’ 등을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 디지털문학상, 한국문학세상 문예대상, 공무원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인협회, 경상남도문인협회, 경남소설가협회, 고성문인협회,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보정순 작가는 억지스러운 상황설정이나 과장된 표현이 아닌, 담담하고 차분한 문체로 인간 본연을 들여다본다. 소설이지만 에세이 같기도 하고, 허구지만 현실 속 이야기 같기도 한 것은 인간과 삶에 대한 끝없는 관심 덕분이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듯한 표지에는 꽃이 피는 두 갈래의 나뭇가지가 자리하고 있다. 가만히 보니 허파다. ‘숨’이 피워내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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