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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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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1
/조육현(디카시마니아)
낫과 제초기는 흐르는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나의 붓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숭고한 벌초의 의미...
가을입구에서 만나는 소리
추석을 앞두고 산소에 풀 베는 소리가 요란하다. 예초기 소리를 들으면 시끄러운 소리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조상의 산소를 다듬는 소리, 그리고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것 같은 개운한 소리로 들린다. 잡초 무성한 산소를 만나면 괜히 방치된 노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향 집 동네 사람들처럼 안부를 묻고 싶다. 후손들이 바쁜지, 아니면 타국 생활을 하고 있는지 갸우뚱거려진다. 요즘 벌초 행사는 위탁관리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시간 내어 사촌 형제를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조육현 시인 「벌초1」 “낫과 제초기는/흐르는 시간을/기억하게 하는 나의 붓//흐르는 시간을 붙들어 어머니를 생각하고 할머니를 생각하는 그림을 그리게 하는 붓이라고 벌초의 의미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사람들은 벌초하면서 그리움을 담아 자식들 근황을 알리기에 바쁘다. 벌초가 쉬운 일은 아니다 여름 끝이라 땀은 범벅이 되어 벌이나 뱀을 만나기도 하고 예초기의 무게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끝나고 나면 마음은 날아갈 듯 가뿐하다. 아마 숙제를 마친 아이처럼 이제 신나는 추석을 기다릴지 모른다. 사는 일이 이런 것 같다. 아버지가 살아온 것처럼 내가 아버지의 모습을 따르고 나의 아이들이 내가 하던 일을 이해하고 좋은 관습을 대로 물리고 싶은지 모른다. 벌초의 의미는 윗대 조상님께 후손으로 지켜야 하는 효의 도리를 다하는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이 계절에 떠오르는 디카시 한편 벌초는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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