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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향실’은 동시동화나무의 숲 최초의 집이다. 적어도 100년 이내에는. 숲일을 하다가 불에 탄 돌을 만나는 것을 보면 아득한 세월 저쪽에 숯을 굽는 숯가마가 있었거나, 아니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소가야 사람이 화살촉이나 칼을 만들기 위한 집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집은 어림잡아 30년 전에 거제도에서 고기 잡던 아저씨-배 위에서 멀리 고기 떼를 찾는-가 병을 얻어 죽기를 기다리며 살던 집이다. 여러 마리의 개를 키우며 살던 이 아저씨는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병마와 이별하고 다시 고기 잡으러 갔다. 그래서 기분 좋게 내놓은 산과 집을 그 아저씨보다 착한 감로 홍종관 선생이 사서 내 이름으로 등기한 것이다. 방화골에 사는 부지런하고 꽹과리 잘 치는 지관 할아버지가 아픈 사람에 좋은 방향으로 집을 지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에서 자고 나면 아프던 몸이 낫고, 튼실한 사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는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열린아동문학관이 지어지기 전에는 우리를 아는 전국의 아동문학가들과 신문사 문화부 기자들이 밤새도록 술 마시다가 새벽녘에 잠깐 눈 붙이고 간 집이다. 블록 벽에 슬레이트 지붕을 이고, 바깥에 장작을 때는 아궁이가 있는 그야말로 촌집이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방화골의 ‘작은 글마을’과 이 ‘자정향실’이 《열린아동문학》의 산실이다. 한 시절, 지금의 편집위원들이 여기에서 젊음을 불태우고 의기투합했으니까.
몇 년에 걸쳐 단장했지만, 아주 원시적-‘자정향실’이라는 택호도 없던- 시절 동화작가 소중애 선생이 이 깊은 산속에서 혼자 나무해서 군불 지피고 거기에서 얻은 숯불을 세숫대야에 담아 방안을 데우며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후 동화작가 김현숙 선생과 허명남 선생이 청소년 중편소설 「첫」을 쓰고, 단편동화 「물러가라 쓰레기 귀신아」(2014.8.10.~8.11)를 쓰고 갔다. 동화작가 이가을 선생과 배유안 선생이 다녀가고, 허명남 선생이 동화작가 김현정 선생과 또 다녀갔다. 이분들의 행적은 ‘자정향실’에 비치된 ‘자정향실 집필실 일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자정향실’이 아동문학가들의 집필실로 굳어졌다. 마음 넉넉한 주인장 예원 선생은 냉장고 가득 맥주를 채우고 온갖 차를 넣어두기도 했다.
지난 7월 1일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다녀갔다. 충북 청주에서 발행되는 《동시먹는 달팽이》 식구들이다. 발행인인 황수대 평론가 부부와 편집주간인 이옥근 동시인 부부, 상임운영위원인 전병호 동시인 부부와 이정석 동시인 등 7명이었다. 황수대 선생과 전병호 선생은 청주에서, 이옥근 선생은 여수에서, 이정석 선생은 나주에서 왔다. 《동시먹는 달팽이》는 6년 전에 창간해 2024년 여름호로 통권 26호가 되는 우리나라의 튼실한 동시 전문 계간지다. ‘동시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잡지로 편집동인들이 제작비용을 분담하고, 원고료는 운영위원 회비와 정기구독료로 마련하는’ 착하고 알뜰한 잡지다, 세 분 외에 상임운영위원으로는 동시인 이묘신 선생이 참여하고 편집위원으로는 고영미, 고윤자, 김헌수, 유화란, 이근정, 이정인 선생이 참여하고 있다. 《동시먹는 달팽이》가 ‘튼실하고, 착하고 알뜰한 잡지’라는 것은 신인상 제도를 운용하면서 6년 동안 4명의 신인을 배출할 만큼 엄격하고 품위 있기 때문이다.
소풍 오듯 찾아온 《동시먹는 달팽이》 식구들은 깜짝 인터뷰를 마련해 와 《동시먹는 달팽이》와 《열린아동문학》을 날 새는 줄 모르도록 이야기하게 했다. 그 열정과 진지함은 먼 훗날,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동시를 한층 빛나게 할 것이다. 전병호 선생은 《열린아동문학》 2009년 창간호 동시 계평과 제12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자로, 이정석 선생은 2014년 동시 계평으로, 황수대 선생은 2019년 동시 계평으로, 이묘신 선생은 2017년 가을호 ‘이 계절의 동시 나무’로 우리 숲에 나무를 가지고 있다. 이옥근 선생은 곧 나올 2024년 가을호에 ‘이 계절의 동시 나무’로 나무를 가질 것이다.
《동시먹는 달팽이》의 ‘한결같음’을 위해 동시동화나무의 숲의 정기를 보낸다. 7월 1일, 역사적 인터뷰는 《동시먹는 달팽이》 2024년 가을호(통권 27호)에 실릴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