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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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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정호순 (디카시마니아)
자, 목마르지
내가 아껴먹는 주스야
너도 먹어봐
각박한 지금, 우리는
올여름은 참으로 더웠다. 누구라도 만나면 얼음물부터 건넸다. 필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밥처럼 먹은 기억이 올여름 내내 인 것 같다. 정호순 시인 「무더위」“자 목마르지/ 내가 아껴먹는 주스야/너도 먹어봐”// 이 짧은 시에서 뭉클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길고양이에게 더위를 식혀주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이 전해진다. 동심에서 동화 같은 마음이 나오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얼마나 목이 마를까 하고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음이 앞서니 훈훈하다. 올여름 무더위에 사람들의 짜증이 열기를 더하는 것 같다. 서로에게 냉담하고 귀찮은 표정 그리고 밀쳐내는 사람들. 날씨는 제 몫을 다할 뿐이다. 여름은 여름다운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거기에 신경전이다. 조급해하고 폭파할 것 같은 불씨를 안고 팔월을 밀어내고 있다. 한 편의 영상에 더위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아이의 모습이 어른들의 귀감이 된다.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에서는 아무리 기승을 부리는 여름도 한 치의 버팀보다는 슬슬 꽁무니를 감추고 달아날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다행히 2도 정도 낮아지는 실내 온도에서 처서가 눈앞에 온 것을 느낀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는 것처럼 아이의 따듯한 모습이 무더운 여름 한풀을 벗겨내는 것 같다. 분명, 이 여름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뒤에 다시 기억하고 싶은 여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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