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힘 빌려 광복 염원한 묵희 선생
1875년 동해면 장기리 용흥마을 출생
해발 1천900m 바위에 묵희 선생 글 발견
392자, 1924년 새긴 것으로 추정
묵희 선생이 글 짓고 권륜이 글씨 써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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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근자’라고도 불리는 고성 출신 묵희 선생이 1924년 광복을 염원하며 쓴 392자의 바위글씨가 지리산 천왕봉 아래에서 발견됐다.(사진제공=국립공원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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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출신 신필 묵희 선생의 글이 지리산 천왕봉 인근에서 발견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천왕봉 바로 아래 바위에 각인된 글씨를 발견,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리산의 힘을 빌려 일제를 물리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묵희(墨熙, 1875~1942) 선생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해발 1천900m의 천왕봉 아래 폭 4.2m, 높이 1.9m의 자연석 표면에 새겨진 글자는 모두 392자로, 1924년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근대 이전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194개 바위글씨 중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있다. 글자수 또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묵희 선생의 글씨는 권상순 의병장의 후손이 지난 2021년 9월 발견한 후 국립공원공단에 지난해 11월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공단 연구진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이 바위글씨를 촬영하고 탁본, 3차원 스캔 등 기초조사를 진행했다. 일부 글자가 마모돼 전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연구진은 이 조사자료를 최석기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부원장, 한학자 이창호 선생에 의뢰, 내용을 판독했다. 바위글씨에는 “오늘날 천지가 크게 닫혔다고 하는데, 다시 열리는 기미는 언제쯤일까? 오랑캐를 크게 통일해 문명이 밝게 빛나고 넓게 퍼져가는 날을 반드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울분과 원통함을 금치 못하고서 피를 토하고 울음을 삼키며 이 남악(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만세 천왕의 대일통을 기록한다”라고 새겨져 있다. 말미에는 “숭정 후 여섯 번째 갑자년 가을 7월 임자일 초하루 나라를 잃은 유민 고죽 묵희가 짓고, 화산 권륜이 쓰다”라고 기록된 것으로 봐 글귀는 묵희 선생이 지었으나 글씨를 쓴 것은 권륜으로 보인다. 바위글씨를 번역한 최석기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천왕(天王)을 상징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어 오랑캐(일제)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비분강개한 어조로 토로한 것이 석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한말의 유학자들이 지리산 천왕봉을 천왕으로 여기면서 ‘성인이 다스리는 문명국’이라는 자존의식을 잃지 않으려는 정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정상에서 일제에 대항한 의병과 관련된 바위글씨가 발견된 것은 국립공원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여주며, 지리산 인문학과 지역학 연구에 아주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묵희 선생은 1875년 6월 17일 동해면 장기리 용흥마을에서 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는 경산(憼山)이다. ‘묵근자’로도 불리는 묵희 선생은 문장력과 서예가 뛰어난 인물로, 동해면 일대에서 학당을 꾸리기도 했다. 묵희 선생은 독립운동가 구기언 선생과 함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가 3년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했다 또한 상해 임시정부의 연락책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년에는 지리산 일대에서 은둔하며 산청 일대의 의병들과 교류하며 독립운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견된 지리산 천왕봉의 글 또한 이 시기 쓴 것으로 추측된다. 신필로 소문난 묵희 선생의 글씨는 1937년 4월 25일자 매일신보에 제자(題字)로 쓴 ‘광풍제월(光風霽月)’, 구만면 효락리 이회서당에 보관 중인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초서체 친필, 육경일금(六經一琴) 편액 등이 남아있다. 그러나 남아있는 작품이 많지 않은 데다 출생년도 등 기록된 자료도 정확하지 않아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민화 기자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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