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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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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의 모퉁이
/오정순 (수필가, 시인, 디카시마니아)
뜨거운 침묵 아래 먼지로의 여정이 시작된 우리 이름도 분류도 무의미한 시간이다
순간을 마지막처럼 산다면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거나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오정순 수필가 <하지의 모퉁이> “먼지로의 여정이 시작된 우리/ 이름도 분류도 무의미한 시간이다”// 까마귀의 초췌한 죽음 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간다. 힘없는 까마귀의 최후 앞에 할 말을 잃고 먼지로 왔다 먼지로 돌아갈 까마귀이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았을 것 같은 마음에 눈시울이 뜨겁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위해 퍼덕거렸을는지. 우리의 생과 다름없는 이야기인 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본다. 결국 마지막 죽음 앞에는 모든 것이 안타깝고 아쉬운 미련만 남는 것이다. 무념무상, 임종이 지금이라는 단어가 뻗치고 있다.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죽음에 극한을 두지 말고 조금 먼 미래로 접어두자. 누구에게나 주어진 생명과 죽음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피해 갈 수 없는 길목이지 않은가. 차라리 담대하게 맞이하는 연습은 우리가 태어난 이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먼 미래의 불안함보다는 현재진행형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후회 없는 삶의 마무리 끝에 놓인 “하지의 모퉁이”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먼지로 떠날 길에서 이름도 분류도 무의미한 시간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짧은 시 줄에 여운이 깊은 징 소리 하나 걸려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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