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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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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제압
/이고운 시인 (디카시마니아)
주간보호센터 입학식 날 백발의 할머니들 새 친구 만나자 자식 자랑부터 열 올리신다
낯선 곳에서 일어나는 일
요즘 할머니들 사이에 주간보호센터에서 만난 새내기 친구들과 흔히 있을 법한 일이다. 이고운 시인 <기선제압>에서 “주간보호센터 입학식 날/ 백발의 할머니들 /새 친구 만나자/자식 자랑부터 열 올리신다”// 할머니들은 낯선 곳에서도 스스럼없이 자식 자랑을 통해 자신을 뽐내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조금씩 말을 더하거나 부풀려서 며느리, 손주, 사돈까지 내놓기도 한다. 외로워서 말을 많이 하고 슬퍼서 위로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처럼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친구들 간에 오해를 하고 이해도 하면서 첫인상과 달리 절친이 되기도 하여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오히려 가족보다 더 애틋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할머니들은 허망한 세월을 탓하기보다는 늙음을 외면하고 싶은 기억에 갇혀 양가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아이와 같은 행동을 한다고 한다. 자랑한다기보다는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낯선 장소를 빨리 익히고 싶은 행동이지 않을까.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기선제압보다 하루 종일 덕담과 외로움을 드러낼 수 있는 소통의 친구들을 많이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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