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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새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06월 14일
ⓒ 정대춘 전 구만면장
옛말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까치는 우리 곁을 지키는 텃새로 자리하고, 사랑받고 있는 새다.
어릴 적 늦잠을 자다가 즐거운 까치 울음소리에
깨어 방문을 열어보면 옆집 감나무를 오가며 유희하는 모습과 부엌에서 어머니께서 밥 짓는 연기가 굴뚝에서 피어나 그림처럼 번져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해 아직도 그 모습이 나의 가슴에 그려져 있다.
들길과 산길을 오가며 학교를 다니다 조그만 언덕빼기에 유달리 키가 큰 버드나무에 까치가 서로 이야기하듯 조잘거리며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의 어린 마음에도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까치집은 마른 가지를 모아 큰 공 모양으로 짓는다. 새 중에는 드물게 지붕을 덮고 출입구를 만들며 해마다 집을 보수하며 사용하다 보니 점점 커진다고 한다.
까치새 집은 태풍이 불어도 높다란 가지 위에서 온전하게 제 모습을 지키고 있으니, 집 짓는 기술만큼은 달인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즐겨 불리우는 동요가사에 까치가 등장한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작은 설날은 멀리서 반가운 손님 즉 가족이 온다고 해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하나 보다.
어릴 적 이갈이를 할 때 이에 실을 묶어 뺀 다음 지붕 위애 던지면서 “까치야, 까치야 내 헌 이빨 가져가고 새 이빨 다오”하면서 지붕 위로 멀리 휙 던진다. 까치는 새로운 이를 가져다 주는 치아요정의 역할을 해주는 새기이도 하다.
이를 빼는 과정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세월의 빠름을 어쩔 수 없이 느낀다. 예전에는 치아 하나 뽑는 것도 까치새와 교감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까치를 한자어로 작(鵲)이라 하며 희작신녀(喜鵲神女)라고도 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현재의 영일만 지역으로 추정되는 계림(경북 경주시 교동)의 동쪽 아진포에서 까치 울음소리를 듣고 배에 실려온 궤를 열어보니 사내아이가 있었는데 훗날 탈해왕이 되었다는 석탈해 신화가 실려있어 이로 인해 까치가 울면 귀한 손님이 온다고 여겨지게 됐다고 한다.
반면에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면 초상이 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 우리에게는 흉조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후각이 발달해 사람이 생을 다할 즈음 특이한 냄새를 맡고 찾아든다고 한다.
예전에는 느티나무, 버드나무와 같이 키가 큰 나무에 까치집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천적의 접근이 어려운 전주와 전깃줄 사이에 집을 많이 짓고 살고 있어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까치집의 높이를 보고 그 해 태풍의 강도와 개수를 짐작한다고 했다. 까치가 집을 높다랗게 지으면 순한 태풍이, 낮게 지으면 강한 태풍이 온다고 해 염려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
이제는 까치에 대해 험담을 좀 해야겠다.
까치새는 과수농가에서 매우 귀찮은 유해조수인 것만은 확실하다.
새들이 과일에 흠집을 내는 피해를 막기 위해 촘촘하게 그물을 설치해도 어느 틈에 비집고 들어와, 심지어는 과일을 다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꼭 한두 입만 쪼아먹고 버리고 도망가길 반복해 과수 농사를 망쳐버리기까지 한다.
아예 농부를 바보 취급할 때도 있다.
얼마나 영리한지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며 새참을 꼭꼭 숨겨두고 일을 해도 어떻게든 찾아내 먹어 치우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때는 농부가 설치해둔 함정을 역이용해 무력화하기도 하며, 자기보다 덩치가 큰 새에게도 지지않고 먹이를 뺏어먹는 것은 예사이고, 영역싸움을 할 때도 있어 명실상부한 하늘의 조폭이다.
지금도 감 수확기엔 까치밥이라 해 겨울을 지낼 양식으로 한두 개 남겨두는 것은 새들에게 인정을 베푸는 농촌마을의 훈훈한 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까치새는 칠월칠석이면 까마귀와 같이 등장하는 새다.
칠석이면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회포를 풀기 위해 만나는데 은하수를 건너는 다리가 없어 서로 머리를 맞대 다리가 돼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효(孝)’하면 까마귀가 등장한다.
조선시대 선비 박효관이 까마귀를 빗대어 효를 강조한 ‘반포지효(反哺之孝)’를 읽어보면 “뉘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하다 하였던가. 반포지효, 이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라고 했다.
까마귀는 어려서는 어미새로부터 먹이를 얻어먹고 자라지만 성장해서는 늙은 어미새와 함께 살면서 거꾸로 먹이를 물어와 어미새를 봉양하는 동물 중에 유일한 효의 상징적 새다.
많은 새와 동물 중에 왜 까치와 까마귀가 칠월 칠석 이야기에 등장할까, 생각해보면 까마귀는 효의 표상이요, 까치는 기쁘고 반가운 손님을 모시고 오는 전령사일 뿐 아니라 하루종일 기쁨을 주는 새라서가 아닐까.
오늘도 까치새는 플라타너스 가지 끝 우체통 같은 집을 짓고 먼동아 아직인데도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0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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