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은 역사와 자연, 현대와 사람을 고루 갖춘 곳입니다. 이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고성을 문
와 관광의 도시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나긴 진통 끝에 고성문화관광재단이 드디어 탄생했다. 고성군수를 이사장으로 하는 재단은 이제 고성이 가진 문화관광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그 첫걸음에 임왕건 대표이사가 함께한다.
“저는 누구보다 고성에 대해 잘 알고 애정이 깊습니다. 그래서 고성의 관광산업이 처한 현실이 안타깝고,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룡이라는 브랜드를 선점했음에도 고성은 이 특별한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그는 고성초등학교와 고성중학교, 철성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성사람이다. 중앙대학교와 창원대학교에서 석박사를 거치고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농협중앙회의 농업기술교류센터(현 농협네트웍스)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낙후된 한국농업의 선진화를 위해 국제교류와 해외농업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얼핏 문화관광과 무슨 인연이 있을까 싶기도 한 경력이다.
“2019년 우리나라 관광수입은 25조688억 원이었는데 당시 마카오는 46억4천799억 원, 싱가포르는 23조6천591억 원이었습니다. 면적 1㎢당 수입을 따진다면 우리가 2억5천만 원인데 마카오는 1조4천127억 원, 싱가포르는 326억 원입니다. 놀라운 차이입니다. 그런데 고성이라고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행정학 교수 출신다운 분석이다.
고성문화관광재단이 출범한 후 줄곧 수익성, 수익사업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임왕건 대표이사는 관광산업을 고성의 블루오션이라 본다. 아쉬운 것은 ‘공룡’이라는 특수성이 오히려 관광객들의 연령층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룡이라는 탁월하고 특별한 자원의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다면 수익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2006년 시작해 2023년까지 17년간 7차례의 공룡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시설은 노후하고 내용은 식상해졌으며, 연령층은 유·아동을 주로 삼으며 제한돼버렸고 군민들은 경제효과가 없는 엑스포를 외면하고 있다.
“공룡엑스포는 누구 한 사람, 한 계층만의 축제가 아닙니다. 고성군민 5만 명이 함께 하는 축제입니다. 지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산업이 될 수도 있어요. 관광객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하고 기대합니다. 수익성 창출이 우리 재단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끌 테마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공룡엑스포 주행사장인 당항포관광지는 1억 년 전 공룡들이 뛰어놀던 놀이터인데 바닥은 콘크리트에, 공룡시대를 떠올릴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바닥을 몽땅 뜯어내고 새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식생 또한 한계가 있어 새로운 수종을 심기도 쉽지 않다.
임왕건 대표이사는 차선책이자 새로운 볼거리로 꽃동산을 제안했다. 알록달록한 꽃으로 볼거리에 친환경적인 조경을 만들면 꽃을 보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을 끌어 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린이들만 신나고 어른들은 따라다니기 바쁜 관광지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템도 고민하고 있다. 고성에서 열리는 청소년 대상 스포츠경기에 동행하는 학부모들도 고성의 중요한 관광객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경기하는 동안 학부모들은 고성군내 관광지들을 여행하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족한 점도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계속해 지적돼왔듯 고성을 대표하는 먹을거리의 부재, 체류할 수 있는 숙소의 부족은 관광객의 유출을 불러온다. 고성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 고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깨끗하고 편안한 숙소는 관광객의 발길을 붙든다.
시류를 읽는 것 역시 재단 대표이사로서 중요한 역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고성에서는 독수리와 상괭이, 둠벙 등을 자원으로 한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또한 임 대표이사의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당항포의 공룡, 마동호 습지, 군내에 산재한 둠벙과 농업, 자란도를 중심으로 한 해양치유는 고성의 중요한 먹을거리산업이 될 수 있다.
“가공된 것을 보고 즐기고 먹고 체험하는 관광을 넘어 자연의 생태 그 자체를 즐기는 관광의 진화가 시작됐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해치지 않으면서 즐기는 지속가능한 여행은 세계적인 화두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대상 농업체험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리고 관광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문화예술분야에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임왕건 이사장은 지금이 고성의 문화관광 발전의 준비에 적기라고 보고 있다.
2029년 가덕도 신공항 준설과 남부내륙철도, 사천 우주항공청이 이어서 들어서면 배후도시인 고성은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그는 전국의 전세버스 회사에 고성의 문화관광을 알리는 홍보물을 발송하고 그의 전 직장이기도 한 농협 등 금융권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다른 지역 이용객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준비나 전국 관광협회를 초청해 팸투어, 설명회 등을 통해 고성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알릴 생각이다.
“저는 일을 하러 왔습니다. 고성의 문화관광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고성문화재단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첫술에 배를 채우고자 하면 탈이 날 수 있습니다. 문화는 기존의 가치를 존중하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그 도시는 낙후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예술과 관광, 그리고 군민들의 말씀에 귀를 열어둘 것입니다. 이제 고성은 관광과 문화로,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