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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꽃과 향기로움에 “나의 시간도 멈췄다”

거류면 은월리 만화방초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05월 25일
ⓒ 고성신문

산에 사는 작은 새는 꽃이 좋아 산에 사노라네


벽방산 길섶 야생화의 속삭임


 


고성과 통영에 걸쳐 동서남북으로 산줄기가 뻗어 있고, 그 너머에 바다가 보이며, 사시사철 다른 꽃과 나무로 천하의 절경을 만들어 낸다는 벽방산. 그 중턱에 비밀의 화원이 있었단다.


 


그 풍경이라는 것이 온 천지에 야생화 향기가 그득하고, 불어오는 바람에는 녹차향이 실려 온단다. 그래서 만화방초, 갖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이 그 이름이란다. 10만여 평의 부지에 2만 평은 녹차 밭이고 나머지 8만평에는 장승도 살고, 야생화도 살고, 맑은 물 노래하는 계곡도 들어차 있다.


 


# 꽃을 심으니 福이 들어오네












이 비밀화원의 주인은 욕심이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정종조씨.


 


부산에서 무역업을 크게 하며 승승장구하던 97 IMF가 터졌다. 거래하던 대기업이 쓰러지자 정종조 사장의 회사도 덩달아 무너지는 위기가 닥쳤다.


 


 밤낮 없는 빚 독촉에 살 수가 없어 무작정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께 물려 받은 산 중턱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몸을 혹사시키면 잠이라도 올까 싶어서 죽자고 땅을 팠다고 한다.


 


십수 년 전, 정 사장이 처음 녹차나무를 심기 시작할 때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를 미쳤다 했다. 이 산 속에, 더구나 고성서는 익숙하지도 않은 녹차 밭이라니 돈 버릴 짓을 골라 한다고 핀잔이란 핀잔은 다 들었단다.


 


벼랑 끝에서 시작한 농사일이 10년을 채워갈 때쯤 정 사장의 사업은 다시 시원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돈이 생기는 족족 농장에 쏟아 부었다. 전국을 다니며 나무를 모으고, 산이란 산은 다 오르내리며 야생화를 모았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가 만화방초(萬花方草)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 산벚 그늘아래 수십만 송이 꽃













만화방초에는 산벚나무가 사람 대신 녹차 밭을 지킨다. 산 중턱이라 쌩쌩 부는 바람을 산벚나무가 막아주고, 벚꽃이 차 수확 시기도 알려준다. 산벚나무뿐 아니라 벚꽃이 지면 영산홍, 금낭화 가을에는 꽃무릇이 차례대로 펴 벽방산을 초록빛 분홍빛 순서대로 물들인다.


 


또 계곡 물 속에는 맑은 물 아니면 살지 않는 가재가 있고, 밤이면 들꽃 사이로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


 


# 눈이 맑으니 꽃도 맑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많은 야생화를 본 적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야생화 밭을 만난다.


 


초록빛을 많이 봐 눈이 맑아져 더 잘 보이는 걸까...얼레지와 금낭화부터 시작해 구절초며 복수초, 돌단풍, 처녀치마, 크로커스, 할미꽃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봄 야생화가 제각기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봄 야생화뿐이랴. 여름이면 오천 그루의 산수국이 장관이고, 가을이면 녹차밭 이랑마다 붉은 빛이 처연한 꽃무릇 20만 송이가 핀단다.


 


정 사장은 꽃무릇이 피는 9월이면 만화방초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며 뿌듯해한다.


 


몸을 혹사시키려 파기 시작한 녹차 밭은 이제 녹차가 5000통 넘게 나오는 큰 농장이 됐지만, 역시 욕심 없는 정 사장은 매년 300통 정도만 만들어 지인들에게 주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 비밀화원이 萬花方草로 문을 열다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 채로 십수 년을 지낸 만화방초.


 


이 무릉도원을 어떻게 알았는지 유치원 아이들이 견학을 오겠다 하더란다.


 


 좋아서 견학 온다는 아이들을 막을 재간이 없어 하나둘씩 오라하다 보니 이젠 어떻게 입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온단다.


 


헌다제나 차 시음회 등 행사도 많지만, 대구며 부산이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가끔은 꽃밭이 송두리째 뽑혀나가는 큰일을 겪기도 한단다. 그래서 월요일 하루는 화원의 문을 걸어 잠그고, 고생한 꽃들을 쉬게 해준단다. 그래도 정 사장은 꽃이 좋고 산이 좋고 지금의 삶이 좋단다.


 


소월이 그랬던가. 산에 사는 작은 새는 꽃이 좋아 산에 사노라네(산유화 中)라고. 그럼 고성 벽방산에는 꽃이 좋아 산에 사는 새, 정종조 사장이 있다.                                       


 


찾아가는 길 | 1. 대전통영고속도로-동고성IC-율대농공단지(우회전)-공룡모텔-은월부락(우회전)-무애암벽암사-만화방초


2. 고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당동 가는 고성군내 버스 이용-월차부락 하차-100m 정도 걸으면 만화방초


관람료 | 성인 2000원 소인 1000


문의 | 051-610-1041 / 011-870-1041


먹을거리 | 지난달까지만 해도 고성명물인 도다리쑥국을 식당마다 내걸었지만 5월 들어서면서 보기 드물어졌다. 대신 열 가지가 넘는 반찬에 주 요리 종류가 각각 4가지로 나뉘는 고성한정식을 맛보거나, 고성의 깨끗한 갯벌에서 잡히는 하모(갯장어)회도 추천할만 하다.


숙소 | 공룡모텔(672-9758) 봉림장모텔(673-3974) 으아리모텔(673-1139)


주변관광지 | 엄홍길전시관, 장의사, 안정사, 탈박물관, 당동어촌마을, 당항포관광지 등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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