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졸업하고 떠나가 버린 이 교실에는 주인 없는 책상과 의자만이 외롭게 남아있구나.
오늘 나는 빈 의자에 앉아서 너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 올려 보았단다. 얼굴은 물론이고 옷과 머리 모양까지 똑같아서 선생님을 늘 헷갈리게 했던 정옥이와 혜진이, 책상에 부딪히면서 입술이 터져 선생님을 놀라게 했던 정환이, 새침데기 민주, 이름보다는 ‘이삐’로 더 잘 통했던 은숙이 등등.... 다들 보고 싶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너희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와 친구들끼리 싸우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오늘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는구나.
그래 선생님도 예전에는 이런 고요한 시간을 원한 적이 있었지. 나도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처럼 하루에 잠깐이라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쉴 수 있는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원했던 적도 많았고, 그 바램이 이루어진 오늘 선생님은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지만 왠지 이 시간이 어색하기만 하구나.
금방이라도 너희들이 “선생님-”하면서 교실 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올 것만 같다.
얘들아! 생각나니? 우리 현장학습 갔을 때 말이야. 너희들이 선생님 신발에 물을 부어 놓았던 일, 선생님이 잠든 사이에 이불이랑 옷을 감추어 놓았던 일. 운동회 때 손님 모시기에서 선생님 이름을 부르면서 함께 결승점을 향해 달리다가 엎어졌던 일. 소풍가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아 온 산을 돌아다니면서 친구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던 것 말이야. 6학년이 되면서 좀 더 의젓하지 못하다고, 공부는 안하고 말썽만 부린다고, 커서 뭐가 되겠느냐고, 내가 너희들에게 야단도 많이 쳤었지. 그게 이렇게 후회되고 마음 아플 줄 알았다면 좀 더 다독거려 줄 걸 그랬구나.
앞으로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미처 주지 못한 사랑을 너희들이 나간 빈자리를 채워 줄 동생들에게 쏟으려고 해. 그래도 선생님이 너희들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거 잘 알지?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들아! 모두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선생님과의 약속대로 의사, 가수, 변호사, 선생님 등 멋진 사회인이 되어서 각양 각지에서 국가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열심히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너희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구나.
우리 다시 만나자꾸나. 그때를 회상하면서 마음의 회포를 털어 보자꾸나. 사랑하는 제자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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