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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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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연습
이유상
먼지 쌓인 언어들을 한 수레 버리고
옷장에 잠든 나를 한 푸대 구겨넣고
말없는 인연들 한 되박 삭제하니
한결 홀가분하다
이제 떠나도 좋다
나이 들어 줄여야 하는 것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책과 소품, 가구들을 곳곳에 쟁여두고 산다. 대청소하거나 이사를 할 때만큼은 반드시 치워야지 마음먹으면서도 또 다른 용도로 쓰일까 봐 들었다 놓았다 망설인다. 이유상시인<이별연습> “먼지 쌓인 언어들을 한 수레 버리고/옷장에 잠든 나를 한 푸대 구겨넣고”// 이렇게 하고 나면 홀가분한 것이 마음뿐이겠는가 의외로 머릿속도 정리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이가 들고 주변에 있는 인연들도 때로는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 한번 되돌아보며 서서히 정리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서가의 책도 오랫동안 보지 않는 것은 먼지와 누런 종이로 퇴색되고 옷장에 안 입는 옷들은 짐처럼 부피만 늘어난다. 과감한 용기로 버려야 하는 것들, 비워야 하는 것들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 번에 정리하기는 힘이 들지만 조금씩 생활 습관처럼 비워내는 일은 주변을 깨끗하게 한다. 필자의 지인도 나이가 들면서 자주 쓰지 않는 물건과 재산 등을 처분하여 정리하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한꺼번에 하면 힘들 것이라 정신이 말짱할 때 해 두고 싶다. 이별 연습은 슬픈 것이 아니라 언제 떠나도 좋은 여행을 준비하는 일이다. 잘 쓰고 남은 것을 이웃에게 나누거나 자연으로 다시 되돌려주는 일에 있어 비우는 것 또한 마음을 채우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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