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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과 상처도 다시 보면 아름다운 인연의 흔적입니다”

선각가 몽연 옥윤종 작가
‘서쪽으로 간 달마’
제11회 대한민국전통공예대전 대상
썩고 상처난 나무에 생명 불어넣은 작품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3년 12월 22일
↑↑ 지난 18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1회 대한민국전통공예대전 시상식에서 옥윤종 작가가 대상인 서울시장상을 수상했다. 왼쪽 사진은 대상 작품인 ‘서쪽으로 간 달마’
ⓒ 고성신문
↑↑ 옥윤종 작가가 마암면 두호리 소재 몽연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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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휩쓸고 간 나무, 세월이 지나 썩어버린 나무가 눈앞에 있다 치자. 대번에 쓰레기봉투행이거나 불쏘시개 취급이지 않을까. 하지만 작가의 눈으로 보면 그 모든 흔적이 깨달음과 아름다움의 근원이 된다. 몽연 옥윤종 작가는 나무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 나무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모양을 새로 만들고 잇고 붙이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가진 고유의 결과 무늬에 이야기를 입히는 것이다.
“상처나 흠집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버려야할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나무가 겪은 세월입니다. 조금만 달리 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지요. 산과 물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부처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들을 조금 꺼내주는 역할입니다.”
옥윤종 작가는 지난 18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사)대한민국전통공예협회가 개최한 제11회 대한민국전통공예대전에서 ‘서쪽으로 간 달마’로 대상인 서울시장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 또한 원래 나무가 가진 옹이까지 그대로 살아있다.
굽이치는 옹이와 나뭇결은 물결이 되고 나무는 그 자체로 산봉우리가 된다. 달마는 서쪽의 빈 산을 바라보며 ‘空山無人 水流花開(공산무인 수류화개·인적 없는 빈 산에도 물 흐르고 꽃은 피네)’이라 한다. 그런 달마대사 뒤로 붉은 해가 떠있다. 이 수많은 이야기 중 작가의 손이 닿은 것은 달마대사와 여덟 자의 시, 해의 붉은색 정도다.
다른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깨지고 상한 나무들의 상처 끝에 작가는 붉은 매화를 몇 송이 매달거나 푸른 솔가지를 그려 넣는다. 그러면 나무는 보는 이에게 새로운 힘을 전하는 것이다.
주로 썩은 나무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지만 사실은 소재의 제한도 크게 두지 않는다. 베어내야 하는 나무, 사찰의 중창으로 버리게 된 기둥도 작품의 재료가 된다.
“이 또한 나무와 저의 인연이지요. 제가 택한 것이 아니라 나무들이 저를 택한 거라 생각합니다. 허물이 될 수도 있는 것에 손을 조금만 보태면 아름다움이 됩니다.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예요. 흠이 되고 허물이 되는 일도 달리 보면 삶의 아름다움, 행복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옥윤종 작가는 선화가 수안스님(통도사)의 제자다. 큰 가르침을 주신 스승 수안스님과 함께 전시회도 했다. 수안스님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 마음이 헝클어지듯 가식이 끼면 선화가 아니다”라고 일렀다.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고 늘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보며 깨달음을 얻는 수행을 해왔다. 그 수행 중 제일이 남들에겐 가치 없을 썩고 상한 나무에 꽃을 피워내는 선각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선각이 벌써 30년을 훌쩍 넘었다.
“이번 수상을 기회로 더 많은 분께 선각을 알리고 싶습니다. 세상 살면서 마음 속에 생겨나는 아프고 괴로운 생채기들도 고목에서 피는 꽃처럼, 나무에 숨은 신비로운 이야기처럼 예술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마음을 비우고 보면 무엇이든 아름다운 법이지요. 그것이 세상만사 인연입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3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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