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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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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삭되지 않는 문장
박해경(디카시마니아)
얽히고설킨
긴 문장 끝에 달아 놓은
느낌표
달고 물컹하게
안녕!
안녕이란 말을 해야 하는 12월
2023년 마무리로 송구영신, 송년회에 들뜬 마음이 분주하다. 일 년을 어떻게 버티고 끌고 왔는지 돌아보면 매순간 아쉬움이다. 보낼 수밖에 없고 맞이할 수밖에 없는 수동의 입장에서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돌아보면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던 시간이지만 나를 둘러싸고 지나가 버린 날들이 한데 모여 쏟아지는 12월. 박해경 <첨삭되지 않는 문장> 12월에 맞추어진 작품 같다. 박해경 시인은 디카시를 참 잘 쓰는 시인이다. 긴 문장에서 할 말을 툭 던지고 가는, 그리고 진한 여운을 살짝 남기는 시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얽히고설킨/긴 문장 끝에 달아 놓은/느낌표/달고 물컹하게/안녕// 안녕이란 말에 필자의 시선이 머문다. 영상에 보이는 마른 나뭇가지에 애써 버티고 있는 감을 보고 있으면 인생 제2막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기보다 아직은 놓고 싶지 않은 생을 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안녕은 그냥 안녕이 아니다. 다시 돌아올 테니 기다려달라는 말이다. 가는 것이 아니고 잠시 자리를 비울뿐이다. 땡감처럼 찔러도 무너지지 않을 단단함이 청춘이라면 숙성의 시간이 지나 물컹한 감정이 배어나오는 노년의 인생이 이 시를 통해 온전히 전해져온다. 얼마 남지 않는 12월 잘 보내는 일에 마음을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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