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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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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방 늙은이들 /서영우(디카시마니아)
가을이 깊어지자
툇마루에 나와 앉아서
햇볕 쬐며 하는 말
‘이번 겨울이나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봄, 가을에 특히 어르신들 부고를 많이 받는다. 잘 지내시는 것 같더니 갑자기 풀린 봄 날씨에 죽음을 맞이하거나 아니면 여름 잘 보내시고 가을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생의 손을 놓고 가시는 어르신들이 많은 것 같다. “자는 잠에 가야지.” 나이가 든 어르신들이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이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고 싶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무거운 나이는 그냥 두지 않는다.어르신들은 오늘일지 내일일지 마음 속으로 죽음에 대한 불안한 하루를 견디며 최대한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생각과 병원 신세도 오래지지 않고 자는 잠 속에서 꿈같은 최후를 맞이하고 싶은 것이다.
서영우 시인 <뒷방 늙은이들> “햇볕 쬐며 하는 말/ ‘이번 겨울이나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영상에 보이는 호박들이 노인처럼 앉아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올겨울도 무사히 넘기고 새롭게 오는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 세상이 때로는 우리 생을 지겹고 힘들게 흔들지만 어제 같은 오늘은 하루도 없다.
늘 새로운 도화지에 우리가 그려야 할 인생이 펼쳐진다.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인생의 경험들이 도서관의 책처럼 빼곡하지만 우리는 그냥 오래된 옛 도서로 생각하고 어르신들을 저만치 밀쳐두고 있지는 않는지. 누구나 죽음에 대해서는 함부로 논할 수 없지만 단지 한 번은 거쳐야 할 마지막이다.저분들의 불안한 하루들을 잘 보듬어 오늘 하루도 잘 사셨다고 그리고 내일은 내일 걱정으로 밀쳐두자고 안아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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