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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성중 3학년 이지호 학생(가운데)이 지난 1일 열린 제21회 학생자원봉사전국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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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은 참 바쁘다. 공부도 공부지만 게임도 해야 하고, 유튜브도 봐야 하고, 친구들과 뛰고 구르며 놀기도 해야 하니 어른들보다 더 바쁘다. 10대 중후반이면 엄마아빠와는 말이 안 통할 때이기도 하고 멋에 목숨 거는 때이기도 하다.그런데 철성중 3학년 이지호 학생은 ‘멋’을 봉사를 통해 알았다. 지호는 주말이면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하느라 바쁘다. 지금까지 기록한 봉사시간만 400시간이 넘는다.
덕분에 지호는 지난 1일 창원 남산중학교에서 열린 제21회 학생자원봉사전국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엄마가 봉사하러 가실 때 끌려가다시피 했어요.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나무로 작은 식탁을 만들어서 독거노인들께 직접 배달까지 해드리는 봉사활동을 했어요. 사실 만들 때는 힘들었는데 전해드릴 때 정말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힘이 나더라고요. 아, 봉사는 멋있는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학생자원봉사대회는 가족봉사시간 만점이 40시간이었다. 그런데 지호네 가족은 조금 정리하다 보니 이미 만점 기준 시간의 서너 배였다.지호 엄마 신영숙 씨는 대학시절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고성에 귀농 후 농사를 지으면서 수많은 단체활동도 빠지지 않고 있다. 가장 열심인 것은 역시 봉사활동이다. 처음부터 여러 단체에 가입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봉사 시간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이곳저곳 참여하게 됐다. 지금은 지호와 엄마가 함께 활동하는 단체만도 대여섯 개 된다.
이 모자에게는 봉사가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러니 지호도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샤프론 봉사단, 프론티어 봉사단 등 학교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일이 당연한 일이었다. 봉사라고 해서 흔히 보는 밥이나 반찬 나눔, 청소, 도배 그런 것만이 아니다. 빵이나 과자, 생활소품을 만들어 전달하는 봉사도 많다. 봉사도 봉사지만 체험활동처럼 즐길 수 있어 지호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봉사에 취미를 붙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막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 지호한테 어땠냐고 물어봤어요. 엄마, 내가 배우는 게 진짜 많은 것 같아요, 나를 보면서 누군가가 기뻐하고 행복해하시니까 정말 좋아요, 라고 하더라고요.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용돈을 받으면 매월 1만 원씩 무료급식단체에 기부하고, 장학금을 받으면 또 기부해요. 스스로 판단해서 그렇게 기부하고 봉사한다는 게 아이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잘 자라주는 것 같아 참 고맙죠.”
그런 엄마를 보면서 아들 지호는 또 다른 생각을 한다. “엄마는 잠도 줄이면서 일도 하고 봉사도 하시거든요. 엄청 힘들 것 같은데 엄마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 그런지 좋아하시더라고요. 늘 즐거워 보여요. 엄마가 행복해하시니까 저도 같이 하면서 함께 행복해지고, 그걸 나누면 다른 분들도 행복할 테니까 참 소중한 시간이에요.”
그렇게 소중한 나눔의 시간이 쌓이고 쌓여 지호에게 이번에 행정안전부 장관상이라는 큰 선물이 도착했다. 다른 어떤 상도 아닌, 봉사해서 받은 상이라 더욱 기쁜 소식이었다. 이제 곧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지호는 ‘워렌 버핏’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워렌 버핏은 투자의 귀재잖아요. 이 분이 돈을 많이 벌기만 했다면 존경받지 못했을 거예요.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도 어마어마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엄마아빠가 농사를 지으시니까 농업 쪽으로 창업이나 투자를 해서 돈을 벌면 걱정 없이 기부하고 봉사하면서 더 많은 분께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봉사는 아주 작았던 아이의 세계를 넓게 그리고 깊게 한다. 엄마의 열정으로 시작된 아이의 봉사였지만 지금은 지호의 미래가 됐고 어쩌면 더 웅장한 미래가 될지 모른다. /최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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