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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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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신미경(디카시마니아)
어떤 기억의 물기가 맺힌 것일까
빗망울이
절벽을 뛰어내리며 치는 낮은음들
바깥을 밀어내는 팽팽한 고독이
미치도록 좋다
문득 올려본 세상 안에서 ‘저것이 무엇일까’하는 순간 우리 눈에 비친 사물들이 말을 걸어온다. 누구를 의식하지 않고 분주히 자신을 가꾸며 변화하는 자연, 때때로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경관을 선물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사진이나 글을 남기고 싶지만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부족함으로 탄식하곤 한다.
신미경 시인 「가을비」“ 빗망울이/절벽을 뛰어내리며 치는 낮은음들//바깥을 밀어내는 팽팽한 고독이/미치도록 좋다//” 시인은 짧은 디카시에 가을 멋을 충분히 드러냈다. 이 시를 읽고 가을비의 우수와 고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는 가을비의 처절한 이별의 몸부림 속 가을 낙엽과 함께 뒹굴며 서로 보내기 아쉬워 붙잡고 있는 비를 우리들은 너무 쉽게 보고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가을비는 찢어지는 여름비와는 달리 웅숭하게 내리고 낮은 빗소리는 마치 팽팽한 고독을 느끼게 한다. 한 달, 한 달 달력을 넘기는 소리에 무엇을 위해 내가 흐르는지, 내가 머무는 곳이 여기까지가 맞는지, 어느새 달려온 나이를 보며 유한한 우리의 생명에 아쉬움이 가득 창밖에 떨어지는 비와 속삭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저 고독에 빠져본다.
내 속에 갇혔던 나의 좁은 생각을 밀어내고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길에서 가을의 젖은 비는 지금처럼 하면 돼, 잘하고 있어! 라고 소리치며 나를 토닥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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