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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동숲을 찾은 부산문인협회 회장단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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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중》은 해와 달이 사는 산, 일월산에서 흘러내리는 착한 물줄기 따라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환해지는 경북 영양서 자생한 시 읽는 모임이다. 2019년부터 한 달에 두 번 만나 시를 읽다가 내친김에 《시마중》이란 문집을 만들어 라면상자 가득 곱게 빻은 영양 고추와 함께 담아 지난 10월 8일 일생 한 번도 와 보지 않는 고성 땅 동동숲을 찾아왔다. 6월에 이 모임의 초청을 받아 강의한 인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사이 고성과 동동숲이 몹시도 궁금하고 그리웠던 것이 이유다.
승용차 두 대에 소복이 담겨 숲에 도착한 여덟(문종환, 장유식, 김증근, 최진, 권윤호, 김미자, 박미자, 정기영)의 눈을 감게 한 것은 금목서 향기다. 눈을 감아야 더 오묘하게 느낄 수 있는 향기, 이 무렵 동동숲을 관통하는 금목서의 향기는 곧이어 필 은목서와 봄부터 차례로 향기를 뿜는 풍년화, 으름꽃, 천리향, 마삭줄, 때죽나무와 함께 동동숲의 대표 향기 나무다.열매와 함께 꽃을 피우는 차나무, 반들반들 윤이 나는 후박나무, 동백나무, 자잘한 열매를 익히고 있는 먼나무는 분명 ‘따뜻한 남쪽 나라’를 실감케 했을 것이다.
김열규 교수님이 즐겨 찾으시던 내 30년 단골집 봉황의 진 사장님은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을 황홀하게 했고, 감로·예원 선생님의 정성은 극진했다. 때마침 불 밝힌 송학동 고분의 청사초롱을 지나 다시 온 동동숲의 열린아동문학관은 새벽이 올 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밥은 고성시외버스터미널 식당에서 먹었다. 숲에서 차리는 밥상보다 꼭 거기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버스터미널 식당은 이제 우리나라 아동문학가 중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식당이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착한 가격에다 씩씩하고 건강한 사장님이 집에서 가꾸고 고성 새벽시장에서 구해온 온갖 식자재로 독특한 고성 맛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가족 모임이 있어 쉬는 날에도 새벽밥을 먹으러 오는 분들의 밥상을 차려주고 문을 닫는 사장님은 건강한 먹거리와 함께 건강한 활력도 함께 준다.
버스로 오는 분들은 물론이고 승용차로 오는 먼 곳의 아동문학가들은 일부러 이 ‘터미널 집밥’을 먹으려 동동숲을 찾기도 한다.이어서 《시마중》 회원들은 터미널 근처에 있는 송학 고분군을 한 바퀴 돌고 상족암군립공원을 다녀와 제철인 고성 새우요리에 깜짝 놀라고, 지중해풍 카페에서 까무러쳤다. 사방이 산이고, 고개를 들면 하늘밖에 안 보이는 영양에 살다가 그림처럼 고즈넉한 고성바다를 봤으니 분명 환상적이었으리라. 산골짝 마을을 찾아다니며 택배 일을 하는 최진 시인이 다음 날 문자를 보내왔다.
농가도*손톱 초승달 위로 오래된/ 피멍이 떠오른다/ 기울어진 문이 닫히고/ 하늘을 감싸 쥐듯 아팠던 흔적/ 검붉게 떠올려 한눈을 감고/ 농가도를 가린다.// 엄지손톱으로도 가려지는 추억바다에 띄운 무인도 하나에/ 마음을 쌓고/ 파도에 오래도록 부서지는/ 길고 긴 찰나// 죽음을 밀어 올리는 산/ 손톱의 부단함에/ 살 마음을 잃어도 죽음을/ 얻지 못했던 당신을/저 섬에서 만나고야 말 것 같다.
*농가도-상족암에서 보이는 무인도다음 날 부산문인협회 회장단 일곱 분(이석래 회장, 윤기선, 박혜숙, 윤유점, 김영호, 이용수, 정인호)이 다녀갔다. 《시마중》이 마중물이 된 것이다. 그래서 떠오르는 생각 하나-김열규 교수님이 사랑하셨고 내가 사랑하는 덕명에서 철둑까지 1010번 도로 가없이 동백꽃 심어놓고 길섶 가득 자운영 붉게 심어놓고 전국의 문인들이 다녀가면 동백꽃 같은, 자운영꽃 같은 작품 해마다 피고 질 테고, ‘꽃피고 따뜻한 남쪽 나라’ ‘동동숲 출판사’는 그 작품을 모아 꽃같이 예쁜 책을 만들겠다고.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