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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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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쓴 산문은 어디까지나 시적이어야 함으로 발간을 준비하는 내내 오히려 글을 쓸 때보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고성의 숨은 역사를 수면 위로 끌어는 작가 정해룡이 이번에는 일상을 담은 산문집 ‘고향에 살면서 날마다 한 생각’(경남산문선82, 도서출판 경남)을 펼쳐냈다.
아버지는 6.25전쟁 즈음 보도연맹으로 이념 대립의 희생양이 됐다. 넷이나 되는 자식을 키우느라 어머니는 손톱 밑이 깨끗할 날이 없었지만, 가난은 도통 멀어지지가 않았다. 소년이 중학교 1학년이던 해 어머니마저 눈을 감았다. 오롯이 네 남매만 남았다. 사는 것이 허무하고 고독했다.
하지만 글을 쓰자 하니 가난이 지긋지긋했다. 문학을 꿈꾸던 소년은 그래서 꿈을 접고 돈을 벌어야 했다. 수십 년을 날개 꺾인 새처럼 살았다. 그러다 1992년 뒤늦게 시를 쓰고 등단했다.고성사람인데도 고향을 무대로 한 작품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이 부끄러워 고성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어머니께 들었던 월이 이야기가 그렇게 책이 되어 나왔다.
“편편마다 다시 퇴고하는 동안만큼은 나는 누구 하나 인정해 주지 않아도 문학이란 무대에 등장한 배우였고 그것도 주연배우였다. 하지만 책이 발간되어 나오는 그 순간부터 나는 또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고 거들떠보지 않을, 무대에서 내려와 퇴장해 버리고 마는 변방의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을.” - ‘책머리에’ 중
이번 ‘고향에 살면서 날마다 한 생각’은 네 개의 큰 가지에 열대여섯에서 스무 개쯤의 열매를 매달고 있다. 한 편 한 편은 길지 않으나 그의 일상적 소고들은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이 된다. 첫 번째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에서는 스승인 김열규 선생과의 일화는 물론 박경리, 백석 등 문인들과 가수 나훈아까지 이야기한다. 두 번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 세 번째 ‘감상적인, 너무나 감상적인’에서는 고성 곳곳에 숨은 이야기들, 마지막 ‘비평적인, 너무나 비평적인’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았다./최민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