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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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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미처 끄지 못한 TV가 홀로 왕왕대거나 수영장 물이 한 방울 들어갔을 뿐인데 종일 먹먹한 귀에 들려오는 소리처럼 때로는 말도 그리 울릴 때가 있다. 아무리 명쾌한 언어를 쓰려 해도 가슴 속에 품은 말들은 도통 나오지 못하는 순간. 최해숙 시인은 신작 시집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심장에 산다’에서 그 어렵고도 복잡하고 때로는 단순해서 허탈하기까지 한 마음을 풀어놓는다.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심장에 담고 사는 일은 시인의 표현처럼, 말라 가는 바닥엔 타 버린 세포들의 결정 토염이 버석이듯 속에선 단내가 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초원에 방목하고 나서야 비로소 풀려나지 않을 것임도 그러나 끝끝내 풀려나지 않을 것임을 시인은 알고 있다.
‘심장호수’는 웅숭깊다.최해숙 시인은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건조한 언어로, 또한 어느 순간에는 이는 불길 위에 후끈하게 피어오르는 열기처럼 수많은 언어로 꽃을 피워낸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가장 고요한 평온이면서 가장 불온한 불안, 나마저 버리게 하는 잔혹한 천사, 내가 물일 때 잉크처럼 내게로 와 번지는 것,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이라 했다.
그가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은 모든 일상 그리고 깊은 심장호수에 담아둔 수많은 말일 것이다.시집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심장에 산다’는 최해숙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심장호수’를 비롯해 ‘흰 십자가’, ‘이상하고 신비한 네모’, ‘언니들의 해변’ 등 60여 편의 작품이 독자들을 만난다. 쉬운 말로 쓰인 시는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을 노래하지만 시인이 가진 시선은 퍽 다른 모양이다. 흔히 지나칠 법한 풍경도 글이 되고 작품이 된다.
경남 남해 출신인 최해숙 시인은 2016년 ‘시와 경계’를 통해 등단한 후 지금은 고성에 둥지를 틀고 고성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최민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