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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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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이시향 / 디카시마니아
살고 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차이는
나무에 달려있는 것과
떨어져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생각이 주는 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살구와 이미 떨어져 땅 위로 구르는 살구의 차이는 한쪽은 현재진행형이고 또 다른 한쪽은 이미 현재를 떠난 과거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하지만 이시향 시인은 두 살구의 모습을 보며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 어느 쪽에 더 무게감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살구나무에서 ‘살고 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차이는/ 나무에 달려있는 것과 /떨어져 있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간신히 매달려 현재를 살고 있는 상황과 이미 떨어졌음에도 편안해 보이는 모습에서 우리는 어느 쪽에 더 집중하며 선호할 수 있을까? 우리 인생사 정답은 더함과 뺄셈이 아니라 존재의 여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섭리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무에 매달려있는 살구가 싱싱해 보이지만 힘겨운 날들을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떨어진 살구는 모양새는 남과 다르지만 나름 자유를 찾아 여유롭게 보인다 하지만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세상 모퉁이에서 우리의 잣대가 정확하지도 않고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차이는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열정의 온도일 것이다. 우리가 보듬고 사는 생과 사의 가치는 그 뜨거운 열기의 흔적이 말해주듯이 다만 묵묵히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살구나무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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