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천 동화작가의 ‘아동문학도시 고성’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49 동동숲의 동심정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3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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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숲에는 두 곳에 정자가 있다. 맨 처음 지은 것은 개울가에 있다. 이 숲에 지은 첫 번째 건물로 2004년 산을 구입하고 2010년 열린아동문학관을 짓기 전이니까 2007년쯤 일이다. 산을 사들이고 너무 좋아서 온종일 발목이 시리도록 걷다가 라면을 끓여 먹던 곳이다. 문학관을 지을 때 힘든 일이 많아 이 숲을 버리고 고향으로 갈까 하다가도 개울이 나무 좋아 주저앉게 한 곳이다. 두 번째는 올봄에 진동 단감연구소에서 철거되는 것을 얻어와 조립한 팔각정으로 글샘 아래 길지연 선생 나무가 품고 있다. 이 첫 번째 정자가 2016년 동화작가 박윤규 선생이 명명한 ‘동심정(童心亭)이다. 박윤규 선생은 2014년 동화 「솟대장이 우시하」로 제4회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선생은 2016년 《열린아동문학》 여름호에 동화 「동박새를 사랑했네」를 싣고 필자 모임인 ‘열린한마당’에 참석한 후 「동심의 골짜기에 다녀와서」라는 제목으로 열린아동문학 카페에 후기를 남겼는데, 올해 초 예원 박미숙 선생이 새롭게 발견해 자신이 글을 쓰고 편액은 벽해 이남주 선생이 각을 하고, 시는 박윤규 선생의 아내 밝은솔 황해경 선생이 각을 했다. 그리고 제13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일인 2023년 6월 3일 오전에 현판식을 가졌다. 다음은 박윤규 선생이 쓴 글을 중간중간 생략한 전문이다. 《열린아동문학》 작가 모임에 다녀왔다. 원래 세미나 외에 이런 모임에 소극적인 터라 굳이 갈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잡지 여름호에 단편 동화 「동박새를 사랑했네」를 실었는데, 그 원고료가 아주 감동적이었다. 소정의 돈이 아니라, 멸치, 참기름, 다시마, 게다가 서예로 쓴 동화 일부분이었다. 원고료 대신 쌀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이처럼 맛있고 고소하고 정성 어린 원고료라니. 새롭게 출발한 《열린아동문학》 운영자들에 대한 관심이 불쑥 커졌다. 필자들을 동화나무와 동시나무의 숲으로 초대한다니. 막연히 그런 문학의 동산을 꾸며볼 꿈을 가진 내 귀가 솔깃해지는 순간이었다. (중략) 좁은 비포장길을 지나 도착하니 이미 많은 문우들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작은 골짜기를 품은 곳이었다. 천황산 장군봉 등 심상치 않은 봉우리 사이로 흘러나온 작은 계곡이 고성 읍내를 가로질러 이순신 장군이 활약했던 당항만 쪽으로 빠져 멀리 태평양까지 흘러간다. 앞으로 《열린아동문학》에 작품을 싣는 작가들에게 나무 한 그루씩을 주어 제목과 이름을 붙여줄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동화나무 동시나무가 만드는 아동문학의 숲이 되는 것이다. 그런 꿈을 이야기하는 배익천 선생의 표정이 진지하고 천진스러웠다. (중략) 동심의 골짜기를 찾은 손님은 송재찬, 소중애, 이규희, 이상교, 노원호, 김용희, 원유순, 백승자, 박선미 등 유수한 시인과 작가와 평론가 합하여 29명이었다. 이 손님을 초청하고 맞이하고 대접하신 분은 발행인 감로 홍종관, 예원 박미숙 선생 부부다. 아동문학을 위하여 기꺼이 모든 걸 바치겠다는 감로 선생은 북을 치며 판소리까지 들려주어 흥취를 한껏 고조시켰고, 동요를 메들리로 부른 공재동 선생의 노래는 이 골짜기가 진정 동심의 골짜기임을 새김질하여 주었다. 아, 놀라워라! 환갑 나이에도 소년의 순수함과 청년의 열정을 고이 간직한 세 분 주인장은 이 산골짜기를 기필코 한국 아동문학의 전당으로 만들고 말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과 감사함을 느끼게 하였다. 자정이 넘도록 노래하며 놀다가 맞은 이튿날 아침, 작은 폭포 아래 계곡물이 흐르는 옆에 지어진 정자를 보자마자 <동심정>이란 이름이 딱 떠오르고, 시 한 편이 흘러나왔다. 바로 여기가 전망이 가장 좋고 터도 좋아 보였다. 양쪽 산의 기운이 외호하고 그 가운데 정갈한 물이 흐른다. 게다가 전방 백 리가 확 열렸고, 좌우로 날개를 편 문필봉과 거류산 너머는 바다로 통한다니, 이와 같은 명당은 실로 만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동심정 박윤규
가만히 들어라.//마음부터 씻어주는/물소리는//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발원하였느니라.// 첫 햇살에 활짝 날개 편/문필봉 거류산 너머로// 태평양 천 리가 탁/트였구나.// 첫사랑 순정한/동심정 물이여// 억년 공룡의 꿈 안고/천년까지 흘러라.// 용울음 터뜨리며/하늘까지 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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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3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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