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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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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실패
어떻게 고흐 칸딘스키를 버려 어떻게 세계와 미래를 버리냐고 손 편지는 어떻고
목숨도 버릴 거면서 겨우 요만큼 비웠다
삶이 그렇듯
사람들은 인문학을 비롯해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 그 궁금증을 인식하고 접근하는 방법 중 하나는 독서일 것이다. 오정순 <작심실패>에서 ‘목숨도 버릴 거면서/ 겨우 요만큼 비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버리지 못한다.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기만 할 뿐, 언젠가 또 한 번은 읽을 것 같아 머뭇거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소장하고 간직하고 싶어 한다. 빌려보는 책에는 메모나 줄을 긋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제일 망설여졌던 일이 책정리였다. 몇 십 년 묵은 책은 노랗게 탈색되어 있었고 나에게만 있는 추억뿐이지만 두 번 손이 가지 않았던 것들을 서재에서 빼내는 작업을 했지만 아직도 빼곡히 버려야 할 것들이 남아있다. 요만큼 비운 오정순 시인도 대단한 결심 끝에 얻어진 결과물이다. 이제는 책을 수집이 아니라 읽고 나눔으로 책장을 비워가고 마음은 채워간다면 독서는 더 증폭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빌려 쓰고 다시 돌려주는 일이 우리들의 몫이라는 걸 나이가 드니 조금씩 알아가는 것처럼 우리들도 아주 작은 일부터 실천하여 책이든 옷이든 비워서 넉넉한 마음을 얻어가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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