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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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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티를 막 벗은 24살 진주 아가씨가 26살 강원도 사나이를 만났다. 열정 넘치던 젊은 연인에게 아기가 생겼다. 둘 다 직장도 있으니 결혼해도 큰 걱정은 없을 터였다. 1997년 10월, 결혼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첫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18년 후 김록현·이유정 부부는 막내를 낳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 일곱 남매가 화사하다.
“특별히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가정을 꾸리고 살아오다 보니 만들어진 필연이지요. 아이들은 전부 아롱다롱 다른 색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행복도 알록달록하지요.” 창업을 준비하는 첫째 민경이가 27살, 취업준비 중인 둘째 다연이는 25살, 대학생인 셋째 채경이는 23살, 넷째 혜경이는 고3이고 다섯째 근영이는 고 1, 유일한 아들인 여섯째 철윤이는 중 1, 막내 경은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첫째와 막내의 터울은 무려 18살. 그러니 큰언니가 막내를 업어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가 일곱이고 어른이 둘이니 이 대가족을 꾸려가는 일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아이들도 제각기 성격과 개성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어느 아이도 삐뚤어지지 않고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주니 잠깐 힘들다가도 아이들 보고 웃게 돼요.” 아빠 김록현 씨는 직업군인이라 부임지에 따라 이사를 다녀야 했다. 아이들은 비 온 뒤 새싹이 돋는 것마냥 쑥쑥 자라니 돈 들어갈 일이 점점 많아졌다. 창원에서 16년, 창녕 1년, 통영 4년 사는 동안 이유정 씨는 어린이집 교사이기도 했고, 편의점이나 빵집에서 일하기도 했다. 2017년 1월, 고성으로 이사했다. 김록현 씨의 직장을 따라 이사한 거지만 이유정 씨는 고성이 고향이기도 해 금세 익숙해졌다. 2년 후에는 전공을 살려 공방도 열었다.
자녀가 있는 어느 집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엄마아빠가 아플 때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제일 큰일이다. 하지만 부부의 집은 언니들이 동생들을 돌보고, 동생들은 언니들을 돌보는 일이 익숙하다. 아침 7시쯤부터는 그야말로 등교 전쟁이다. 밥을 차리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다. 잼을 바른 빵 정도로 아침을 먹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무지개 남매들은 등교준비에 바쁘다. 철윤이가 자전거로 학교로 출발하고, 고등학생 언니들은 엄마차로 등교한다. 막내는 혼자서도 야무지게 가방을 챙기며 기다렸다가 언니들을 데려다주고 온 엄마와 걸어서 학교로 향한다. 아이들의 등교가 끝나면 엄마 이유정 씨는 아이들이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 재료를 준비해둔다. 하교한 아이들은 혼자서도 척척 끼니를 해결한다.
대가족이니 하루 빨래만 2번, 세탁기 가득 돌려야 한다. 사위까지 10명의 가족이 고기 외식 한 번 하자면 삼겹살이라도 25만 원은 훌쩍, 면 종류나 분식도 10만 원은 너끈하고 후식으로 카페를 들르면 싸게 먹어도 6만 원이다. 여행을 한 번 가려 해도 대가족이 움직여야 하니 조그만 버스 정도는 필요하다.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은 아직까지 고민만 하고 있다. 돈은 둘째 치고 시간 맞추는 일도 쉽지 않다.
“고성에 와서 코로나 상생지원금이나 꿈키움 바우처, 쓰레기봉투도 지원받고 다자녀세대 체험쿠폰도 받아요. 고성은 다자녀 키우기 꽤 좋은 환경입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처럼 다둥이 가족이 이동하기 편하게 큰 차를 살 때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정도예요. 첫 출산부터 마지막 출산까지 25년 정도 동안 다양한 지원을 받아왔지만 현금지원이 대부분이었어요. 사실 출산을 앞둔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아이를 걱정 없이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아이를 낳고도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엄마 이유정 씨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지금은 전공을 살려 공방에서 자개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낸다. 은은한 빛이 감도는 자개는 자세히 보면 무지개가 떠있다. 마치 김록현 이유정 부부의 일곱빛깔 무지개 아이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