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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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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餘
하린
전남 영광 출생 / 시집 '1초동안의 긴고백'
오랜만에 주차장에
차 한 대만 있다
오늘은 죽음도 쉰다
부고장 받은 날
쉼 없이 달리는 길 위에 서 있다가 어느 날 부고장을 받을 때면 달리던 길을 멈춰서 한참을 돌아본다. 특히,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의 부음을 들을 땐 ‘나도 나도...’ 말을 잊고 멍하니 내가 사는 지금은 안전한가를 돌아보곤 한다. 하린 시인 <여> ‘오늘은 죽음도 쉰다’ 영상에 보이는 주차장에 덜렁 차 한 대만 있는 공허 속에서 마음은 편안하게 읽힌다. 모두가 죽음은 피하고 싶어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날아드는 부고장만큼이나 장례식장도 붐비지만 이곳은 늘 썰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얀 국화가 먼저 마중을 하고 검은 옷을 입은 상주들이 손님을 맞는 바쁜 시간도 3일간의 장례를 치고 나면 떠난 사람을 국화처럼 보내고 망각의 시간들은 남은 사람들을 보듬고 지나간다. 나 또한 그렇게 될 것이고 우리 모두 거쳐야 할 길목이지만 뭔가 아쉽고 쓸쓸하다. 죽음은 힘들어 오늘만 쉬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더디게 아주 더디게 찾아오는 손님이면 좋겠다. 산다는 것은 죽음과 한 선상에 놓여있다고 한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은 손바닥 한 장의 차이라고 하지만 어찌 한 장 차이겠는가? 다시는 오지 못하는 이승과 저승의 두께는 가늠할 수 없어 두렵고 무거운 존재이다. 무심코 지나가는 바람도 저 장례식장의 텅 빈 주차장 앞에서 한숨을 돌리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어느 누구의 이름을 하루종일 부르지 않고 고요 속에 지나가는 날도 의미 있는 하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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