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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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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하얀 벚꽃이 핀 대가면 연지리. 김경애·제욱모 부부가 운영하는 약샘골누리농원은 무량산 철마봉과 서재봉 사이 산골 사이에서도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살았던 동네사람들은 여기를 ‘골안’이라 불렀다. 골안 2만 평의 약샘골누리농원에는 지금 명이나물이 한창이다. “명이나물은 울릉도에서는 먹을 것 없었던 춘궁기, 생명을 이어준다는 뜻으로 쓴 이름입니다. 산나물이라고도 합니다. 슈퍼푸드로 불리는 마늘보다 산마늘의 영양이 뛰어나다고 해요. 오염된 환경에서는 자라지 않고, 잎을 그대로 먹는 채소니까 약도 칠 수 없습니다.”
부부가 애지중지 가꾸는 명이나물은 어른 손바닥만한 잎을 만들어낼 정도로 자랐다. 산마늘은 1년에 새순이 겨우 하나씩 나는 느린 채소라 상품화까지 4~5년이 필요하다. 남편 제욱모 씨는 대평리 율촌 출신이다. 율천초등학교와 고성중학교, 고성농업고등학교(현 경남항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갔다가 나이가 드니 고향이 그리워졌다. 13년 전 산을 덜컥 사놓고 지금의 진입로 주변 땅을 매입하고 길을 닦고 전기를 넣기 시작했다. 버섯을 심었지만 날씨가 맞지 않아 종균이 모두 죽었다. 2020년쯤부터 명이나물과 더덕 같은 임산물들을 심었다.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짜기에서 농사 짓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약을 치지 않으니 지렁이를 잡아먹으려는 두더지들이 땅 속을 헤집어놓는다. 땅속에 굴이 생기니 까딱 잘못 내딛으면 바닥이 푹푹 꺼진다. 그래도 약을 쓸 수는 없어 빈 맥주캔을 밭 둘레에 매달았더니 바람에 캔끼리 부딪히는 소리에 두더지의 극성이 좀 덜하다. “명이나물은 꽃이 피면 아주 적지만 독성이 생기고, 잎이 억세져서 먹을 수가 없어요. 이른 봄 잠깐 수확할 수 있는데 수확량이 많지도 않으니 지금 이때가 제일 바쁠 때입니다. 수확시기가 짧아 흔히 장아찌로 많이 먹는데 생잎으로 먹어도 알싸한 향이 매력적인 채소입니다.”
명이나물은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피로를 해소하며 위를 튼튼하게 한다. 항균효과가 뛰어난 데다 항혈전 작용, 혈당강하 효과까지 으뜸이라 당뇨환자들에게 이만큼 좋은 채소가 없다. 섬유질이 많아 장 운동을 도와주는 데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 육류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와 특히 잘 어울린다. 명이나물에 많이 든 알리신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에너지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 B1를 활성화한다. 세포노화를 예방하는 비타민E, 호흡기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A도 풍부해 감기가 얼씬도 못하고 눈도 보호해준다.
약샘골누리농원의 명이나물은 고성농협 파머스마켓과 고성축협 하나로마트의 로컬푸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4년근과 7~8년근 종근도 분양하고 있다. 잎이 억세지기 전에 수확해 생잎을 판매하고, 장아찌를 담아야 한다. 택배주문도 많아 쉴 틈이 없다. “랩이나 비닐에 야무지게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길면 한 달까지 시들지 않고 싱싱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가을에 예초하는 것 외에 인공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자연은 이 귀한 채소를 매년 만나게 해줍니다. 이번 주말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과 영양,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명이나물에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한 점 어떠세요?”(구입 문의 : 약샘골누리농원 김경애 대표 010-8963-8394 / 택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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