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 강아지 연이가 사라졌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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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15일 저녁, 대가면사무소 두 마리의 강아지 중 연이가 있어야 할 집이 텅 비었다. 걱정하던 일이 벌어져 버렸다. 급히 면사무소 직원에게 연락해놓고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아봤지만 연이는 보이지 않는다. 울타리만 있었다면, 수십 번을 되뇌었지만 이미 개는 사라지고 없다. CCTV 화면을 확인한 공무원이 말하길 나무에 목줄 고리가 걸리면서 풀린 것 같다고 했다. 연이는 면사무소 주변을 뱅뱅 돌다가 거의 하루가 지나서야 겨우 붙들렸다. 지난 9일 밤늦은 시간에 제보가 들어왔다. 또 다른 면사무소의 두 강아지가 평상 아래에 줄이 돌돌 말려 한 뼘 남짓 떨어진 집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물그릇은 바짝 마른 상태의 사진과 함께. 안쓰러운 마음에 탕비실의 냉면기를 가져다 물을 줬더니 면사무소 직원이 사람 쓰는 그릇이라며 불편한 기색이었다고 한다. 오가는 길에 챙겨주겠다 하니 공무원들이 할 일이라며 사양했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이상근 군수는 후보 시절부터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내놓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도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는 데다 오랫동안 아프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온가족이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모른다. 지난 2월 군수가 간부회의 당시 군청과 의회, 읍면사무소가 보호소의 동물들을 입양하고, 읍면에서 관리하며 홍보해 일반인에게 재입양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정말 기막히게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지금까지 군민들에게 입양 홍보만 하던 행정이 먼저 동물들을 입양해 보호하며 재입양까지 한다면 한때 200마리가 넘었던 동물보호소도 숨통이 틜 것이다. 다만 당시부터 기자는 걱정되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관리를 위한 역할분배와 안전을 위한 울타리 설치가 시급했다. 업무 외에도 개들을 돌보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할 공무원들의 피로 누적도 문제고, 공무원들의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이사만 시켜놓으면 보호소에 있느니만 못할 수 있다. 특히 울타리는 동물들이 비바람과 햇빛 등을 피하는 기본적인 환경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갑자기 탈출한 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로부터 지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자원봉사는 관공서와 일반군민이 손발을 맞춰 노력한다는 것을 모든 군민에게 알려 동물보호와 복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의 취지가 결국은 고성군의 동물복지 실현이므로. 지난 15일, 고성군 임시동물보호소 앞에서 군수와 군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입양행사가 열렸다. 이번달 말에는 개통령 강형욱 씨가 고성에 와서 특강도 한다. 개를 ‘주고 받는’ 이런 행사를 개최하기 전에, 대단한 반려견 훈련사를 모셔오기 전에, 이런 보여주기식 행사를 기획하기 전에 입양할 동물들이 살게 될 환경을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이번 읍면사무소 입양으로 고성군동물보호소 동물들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성과를 내세우기 전에 울타리를 먼저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연이가 코만 좀 까진 채로 돌아온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입양동물들의 생활 실태조사와 울타리 설치가 시급하다. 공무원이든 주민이든 관심 갖고 들여다 보기도 해야 한다. 날이 더워지면 수시로 물도 챙겨줘야 한다. 동물복지는 멀리 있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일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동물을 먼저 챙기자는 것도 아니다. 사람도 동물도 서로 눈치볼 필요 없이, 사람간 갈등도 없이,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 아주 작은 관심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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