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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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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숨겨두는 법 없이 속을 다 털어보이니, 어떤 이는 그를 속 없다 하고 어떤 이는 호방하다 한다. 기실은 누구보다 여리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고성사내라는 걸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스스로 정한 이름조차 ‘야인(野人)’이 아닌가. 기득권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나 기득권에게 시원하게 할 말 다 하는 배포 큰 야인 장형갑이 이번에는 시인으로, 첫 시집 ‘바다의 야인’(도서출판 청어)에서 자신의 인생을 술회한다.
“불 짊어진 가슴이 꿈을 펼치지 못하여 거리를 헤매던 젊은 날처럼 떠돌다가 끝내 쓰러지고 말 내 꿈들을 보여안고 갈매기 우는 한바다에 낚시(詩)대를 펼쳐보니 아픔이 낚이고 기쁨이 낚시(詩)바늘을 물고 바동거리고 있었다.”
시인이 된 야인은 시집에서 모두 5부로 나눠, 100여 편의 작품으로 부모님과 고향과 인생, 사랑, 자연과 추억, 그리움을 노래한다. 생을 털어 모든 여인 중 가장 아름다웠던 여인 어머니과 세상 사는 이치를 깨치게 해주신 아버지 이야기로 시작된 그의 노래는 60여 년의 인생길을 따라 굽이굽이 지나 불효자는 웁니다, 로 이어진다.
그가 지나온 길 위에는 파도의 결만큼이나 수많은 사랑과 낭만이 있고, 생활인과 예술인 사이에서 겪는 그의 고뇌도 있으며, 지나고 보니 헛헛한 인생의 쓴맛도 들어있다.
그런 야인을 두고 연세대 대학원 국문학 박사이자 소설가인 이덕화 작가는 “장형갑은 사랑과 그리움을 길어 올리는 시인이다. 그는 자신의 열정에 스스로의 몸을 불사른다. 그 열정은 사랑, 정의, 진실 다양하게 변주된다. 그 야인 정신은 그의 낭만의 원천이고 시적 메타포”라고 말한다.
장형갑 시인은 대한시문학협회 시인마을을 통해 등단한 후 대한시인협회 신인문학상, 모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는 한국문협, 대한시문학회, 한국문단, 시인마을, 시문화답 등의 회원이자 지역언론의 논설위원, 자유기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회원으로 있는 시문화답에서는 얼마 전 회원들의 작품을 엮은 ‘시가 꽃으로 피어날 때’를 발간하기도 했다.
“모자라면 모자라는대로, 까짓것 거창한 문학상이나 시집으로 밥벌이할 것이 아니라는 배짱으로 자연에서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한 것이다. 시론이나 문학론을 거론하거나 철학적이고 평론가적 기질을 가진 사람에겐 야인의 시는 못마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장형갑은 언뜻 거칠어보인다. 시를 배운 적도 없다. 그런 그의 시를 혹자는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는 누구에게나 읽힐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시는 문학이지, 학자의 학문이 아니다. 좋은 시는 누구나 쉬 읽고 공감하면 되지, 어려운 말들을 주렁주렁 매달 필요는 없다.
달리 야인일까 싶다가도 글을 보면 그가 늘 그리워하는 바다를 마주한마냥 속이 뻥 뚫린다. 지금껏 그는 진정 야인으로 살면서, 그릇된 것을 지적하고 바로잡고자 했다. 지난 30여 년 세상살이의 부당함과 기득권의 부조리를 향해 목소리를 내왔다. 어쩌면 그의 이번 시집은 세상을 향해 꽤나 강성인 장형갑과 마음 속은 마치 벚꽃잎처럼 여리고 순수한 장형갑의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해줄지도 모른다.
‘바다의 야인’이 언젠가는 건져올리게 될 시어는 수백 수천 년 바다 아래 가라앉아 잠들었던 보물일 수도, 살아 펄떡이는 오늘의 희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야인은 오늘도 시의 바다에 시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