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읍 신월리 신부마을 주민들과 이장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신부마을 일부 주민들은 이달 초 본사를 찾아 이장의 착복과 태만, 고성읍 행정 방임 등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총회 등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이장의 역할과 자질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 A씨는 “2~3년 전 마을 내 소재 숙박업주가 마을발전기금 100만 원을 이장에게 전달했으나 이장은 이러한 사실을 주민들에게 밝히지 않았다”면서 “1년 정도가 지나서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이장은 행사에 20만 원 정도의 꽃을 샀고 나머지 금액은 업주에게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마을발전기금이라고 기탁한 것을 왜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개인이 관리하고 사용하며, 남은 금액을 마을 살림에 보태지 않고 돌려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긴급회의가 있어도 하루 전날 오후에 방송 한 번 한 후 진행해버리니 일하러 간 주민들은 알아야할 사실도 제대로 전달받을 수 없다. 이장은 주민과 행정의 가교역할을 해야 하니 전달받지 못하는 주민이 없이 한 명이라도 더 참여하도록 가가호호 방문하는 등 노력이 당연한데도 이장은 최소한의 역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C씨는 “바지락축제 시 손발을 씻을 수 있도록 세면시설을 만드는데 5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축제자금으로 공사하던 중장비들을 사용해 수도공사 후 정작 업체에는 부가세 50만 원만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450만 원의 행방을 정확히 밝혀야 착복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이장이 마을회관의 물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거나 여름이면 회관에서 에어컨을 켜두고 잠을 자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이장과 노인회 총무간 갈등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장의 배임과 태만에 대해 전 읍장 재직 당시 문제를 제기하고 행정의 적극 개입을 호소했으나 당시 읍장은 “행정에서 손쓸 수 없는 일이니 주민들이 고소하라”고 말했다며 행정의 방임을 주장하고 있다.
신부마을 정 모 이장은 “숙박업주가 준 100만 원은 업주가 마을로 이주해오면서 이장이 공무를 보러 다니면서 편히 사용하라며 준 것”이라며 “당시 마을발전기금으로 여기고 입금처리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판단 실수로 착복한 것마냥 오해를 받게 돼 사용처를 주민들에게 밝히고 남은 금액 80만 원은 업주에게 되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 이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총회 등을 개최할 수 없어 결산서 등을 정리해 회관에 비치해뒀고 주민들이 가져간 것을 확인했다”면서 “회의 미개최 건은 이장의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주민들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이 제기한 마을어장 결산 후 배분 문제나 경로당 운영비 결산 등의 문제에 대해 “개인어장이면 결산이 필요없지만 마을어장이라 주민들이 채취해 경매보고 인건비 주고 결산했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다. 노인회는 경로당 운영비, 기름값, 전기세 등이 지원되고 운영비 외 회비 등 결산과 감사를 거쳐 공개해야 하는데 결산내역을 알려주지도 않아 이장도 모르고 있는 것”라고 설명했다.
신부마을 이장은 “중간에도 몇 번이나 포기하려 했지만 주민들이 택해준 거라 생각해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우리 마을은 바지락축제도 개최하고 어촌뉴딜300 사업 등도 추진 중이라 재선 이후 우리 마을을 더 잘 이끌어보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착복 등 오해가 너무 많아 속상하다. 그러나 사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세면대 공사와 관련해 신부마을 어촌계장은 “바지락축제나 유어장 사업과 세면시설 건립 공사는 별도사업으로 추진됐으므로 세면시설 공사 관련 서류를 명확히 해 군에 제출했다”면서 “노인회 총무가 고령으로 문서작성에 익숙하지 않아 도와드렸는데 결산서 상 문제는 없었고 단지 결산서를 공유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신부마을에서는 앞서 지난달 중순 임시총회 개최 당시 이장이 공개적으로 과오를 사과하고,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열심히 할 테니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봉합될 것으로 보였으나 이후 또다른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갈등의 당사자가 되면서 혼란을 부추긴다며, 당사자들이 터놓고 대화해 해결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또한 당사자간 해결이 힘들면 행정에서 개입해서라도 주민간 갈등이 해소되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고성읍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민원 제기는 없었으나 일부 주민과 이장간 의견 차이와 상황에 대한 오해 등으로 마찰이 있음은 인지하고 있다”면서 “개인간 감정적인 부분까지 행정에서 개입할 수는 없지만 착복을 비롯해 배임 등의 문제가 있다면 행정에서도 적극 개입해 갈등을 해소하고, 마을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