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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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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송재옥(디카시마니아)
아찔한 순간은 면했지만
불투명한 다음이 당황스럽다
갑작스런 빛에 고물거리는 것이 전부인 너
다행이란 말이 이토록 불편하다니
벗어나야 하는 위험한 세상
“휴! 다행이다” 아찔한 순간을 넘겨본 사람이 한숨과 함께 섞여 나오는 말 중 하나이다. 송재옥 시인 <다행이다>에서 ‘아찔한 순간은 면했지만 불투명한 다음이 당황스럽다’. 아찔한 순간을 면했다는 행운과 불투명한 다음이 불안함으로 공존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영상에서 갈라진 과일 속 숨어 지낸 애벌레에게는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깜깜한 시간이 끝난 현실이 드러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앞에 놓여있다. 과일 속 숨어 지낸 시간이 무서웠는지 아니면 과일 밖으로 밀려나가야 하는 것이 무서운지는 애벌레만이 알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고물거리고 몸을 낮추는 일 그리고 받아들이는 일이 최선일 것이다. 어디 자벌레 입장뿐인가? 우리의 모습도 자벌레 모습과 동일시해 보인다. 온전한 나의 자리인 줄 알았지만 어느 누군가에 의해 내놓아야 하는 자리에 있다면 벌써 다행에서 밀려난 불행일 것이고 잠시 더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빌렸다면 다행인 셈이다.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하는 자벌레의 뒷모습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의 오늘도 다행과 불행의 경계선에 있는 것이다. 튀르키예 격언을 인용해 본다면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이 세상을 위해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저 세상을 위해 살아라는 것은 현실의 삶에 후회 없이 충실하라는 말이 아닐까 . 자벌레의 모습을 통감만 하지 말고 저모습도 최선을 다한 최후라면 아름답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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