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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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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숙 後熟 /우남정(충남 서천 출생, 2018년 세계일보신춘당선)
떨어져 나온 초록이 저 혼자 맛 들었다
시큼함과 달콤 사이
이 生의 황홀이 지나간다
아이가 태어나 꼬물거리는 입속에서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을 뱉을 때, 걸음마를 통해 혼자 독립된 것처럼 뒤뚱거리는 일부터 성숙을 이미 노래했는지 모른다. 우리들은 우리 기억 속에서 지나가는 그리고 익어가는 일에 먼저 염려하고 걱정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남정 시인 디카시 <후숙> ‘초록이 저 혼자 맛 들었다/시큼함과 달콤 사이/ 이 생의 황홀이 지나간다//’ 영상에서 보이는 덜 익은 밀감이 혼자 끙끙대며 시큼함을 삭이는 노란 시간이 고스란히 보인다.마치 혹한의 추위를 견디고 돋아나는 저 붉은 매화의 눈을 보는 우리들의 황홀한 감탄처럼 아름다움이 내는 향기에는 모진 한계의 벽이 기다린다는 것을 말하며 시간의 추이에 따라 변하는 것에 맞물려 있는 우리의 인생이 지나가고 있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시의 숨은 뜻은 장엄한 성숙의 과정을 사물에 빗대어 보이지만 인생길에 서있는 우리들 자신에게 툭툭 던지는 메시지이다.
그중 혼자 물들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함께 익어가는 이웃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인생길에서 크고 작은 일들로 어떻게 걸어왔는지 돌아보며 누구나 시큼함이 배인 젊음이 발밑에 놓였던 것을 보았을 것이다.다시 돌아보아도 그 무게가 주는 훈훈함은 제2의 인생 주역에서 맛보는 것 중 가장 힘든 과정을 지나온 시큼함을 넘어선 달콤한 맛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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