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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일한만큼 농산물이 제값 받는 새해 되길

동해면 내곡리 북촌마을 박외주 이장
시금치 농사 1천여 평, 겨울 효자작물
생산량 많지만 값 떨어져 농민들 시름
설 앞두고 시금치 가격 상승 기대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3년 01월 06일
↑↑ 동해면 내곡리 북촌마을 박외주 이장(제일 왼쪽)의 시금치밭에서 캔 해풍 맞은 시금치가 올해 유독 대풍작이다.
ⓒ 고성신문
ⓒ 고성신문
당항만 잔잔한 수면 위에 겨울 햇살이 부서진다. 가끔 부는 바람도 해풍치고는 그리 날카롭지 않다. 바다를 마주하고 고만고만한 마을들이 자리하고, 마을 앞에는 수확이 끝난 논밭이 조용하다. 한내삼거리를 지나니 빈 흙밭이어야 할 곳이 파릇파릇하다. 색색깔 고운 모자를 쓴 아낙 몇몇이 와르르 웃으면서도 바삐 손을 놀려가며 캐는 것이 가만 보니 시금치다.

“우리 시금치는 좋은 땅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달큰하고 부드러우면서 영양분은 최고입니다. 맛도 맛이지만 철분, 미네랄, 마그네슘, 엽산, 비타민까지 그야말로 수퍼푸드입니다. 입맛 없을 때 시금치 나물, 시금치된장국이면 입맛이 싹 돌지요. 맛도 영양도 수익도, 겨울 효자작물이에요.”

내곡리 북촌마을 박외주 이장의 시금치밭은 1천여 평이나 된다. 올해만큼 시금치가 풍작인 적도 없다. 넓은 밭이 캐도 캐도 빽빽한 시금치가 가득하다. 놀고 있는 밭에 심어 겨울 한 철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이만큼 효자작물도 없긴 하다. 하지만 올해는 박외주 이장 입에 한숨이 조금 잦아졌다.

“농사꾼한테 제일 큰 즐거움이 일한 만큼 제값 받는 건데 올해는 시금치가 워낙 많이 생산돼 값이 많이 떨어졌어요. 한 다발 나물하면 고성신문 직원들 시금치만으로도 배 채울 양인데 그게 1천100원, 1천200원 받을 수 있으니 생산량이 많아도 마음은 답답하네요.”

지난해 한창 가격이 많이 나갈 때는 5천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소비자가격일 뿐, 실제로 농민들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 노는 밭에 심어 수익을 올린다 생각하면 그마저도 고맙지만 해풍 맞으며 추운 밭에 엎드려 흙먼지 뒤덮어쓰고 종일 캔 시금치가 올해 가격은 폭락 수준이다. 얼마 전 수도권에 폭설이 왔을 때는 그래도 3천500원은 받았는데 이제 반으로 뚝 떨어졌다. 겨울 내내 시금치 캐서 돈 벌어 봄이면 병원비로 들어갈 판이다. 박외주 이장은 그게 제일 속상하다.

“농민이 신나게 농사지으려면 농산물이 제값 받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죠. 시금치도 그렇지만 다른 작물들도 벼처럼 값이 떨어지면 보전해주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농촌도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도 우리마을 사람들은 농한기가 따로 없이 언제나 부지런하면 수익은 따라오겠거니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요.”

박외주 이장의 시금치는 대구와 부산을 비롯해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해풍 맞으며 무공해로 자란 시금치라 더 맛있다는 입소문이 난 데다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은 꼭 고성시금치만 찾으니 언제나 최상품으로 대우받는다. 이제 곧 설이 다가오면 가격도 조금 높아질 것도 기대된다. 그러면 숨을 조금 돌릴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다.

내곡리 북촌마을에서 생산된 시금치는 고성동부농협 외곡지점으로 간다. 보통 농산물 경매는 새벽에 진행되기 마련이지만 시금치는 오전 10시 30분이 돼야 경매를 한다. 언 땅에서 언 시금치를 캐면 상품성도 떨어지고 노동만 힘든 탓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그나마 볕이 있는 오후에 시금치를 캐서 뿌리와 상한 잎을 정리하고 묶어 상품을 만들고 아침에 경매에 내놓는다. 그러니 농민들은 하루종일 분주하다. 박외주 이장의 아내 정갑선 씨도 쉴 틈이 없다.

“새해소망이랄 게 뭐 있나요. 일 좀 고만하면 좋겠지, 뭐. 이날까지 허리 펴지 못하고 이러고 있으니 힘들어요. 그런데 내가 일하는 만큼 통장에 돈 들어오는 걸 보면 재미도 있어요. 그 맛에 지금까지 일도 하는 거지요. 새해에는 토끼같은 우리 자식들 다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길 바랍니다.”

아내의 타박에 박외주 이장이 머쓱해하다가 이내 다함께 하하 웃는다. 한겨울인데도 북촌마을에는 훈기가 돈다. 계묘년 새해에는 모든 농민의 마음이 더욱 훈훈하기를.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3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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