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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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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김호균(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집 『물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
나는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스스로 꽁꽁 묶어두었다
나는 나의 그물에 갇히고 만 포로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곤두선 신경들로 자신도 모르게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일을 경험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자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우리는 늘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괜찮아, 하루정도 풀어져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증에서 불안한 마음뿐이다. 그것은 무의식상태에서 받았던 그리고 직간접 경험으로부터 우리들은 스스로를 옭아매었는지 모른다. 우리 몸은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보이지만 조립품처럼 떨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나의 동체이다.
김호균 시인은 디카시 <포로>에서 ‘나는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스스로 꽁꽁 묶어두었다’라고 한다. 우리들은 스스로를 감금하고 주어진 시간을 두어 목표를 세우고 다른 마음이 들지 못하게 영상 속 멜론보다 더 많은 실타래로 자신을 묶어두고 있다.
멜론의 모양을 본다면 답답하기 그지없을 정도로 숨통을 조여 놓는 저 모습이 우리 내면의 모습이 아닐까? 그로 인하여 우리는 마음의 병을 포함한 과로와 스트레스 등 알 수 없는 불안과 함께 노출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로 옭아매었던 고집과 함께 저 실타래보다 더 많은 짜임으로 나를 조이며 살아가는 오늘을 나의 길이라 생각한다.
이제 나를 이해하기보다 스스로 동여매었던 그 끄나풀을 조금 느슨하게 조절하자는 것이다. 누군가가 아닌 나 스스로가 풀어야 할 매듭의 첫 줄을 잡고 슬슬 당겨보면 지금 보다는 여유로운 그리고 자유로운 한 인간의 느긋함이 배인 본인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으며 활짝 웃는 내 속의 나를 만나는 시간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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