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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향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96

겨울숙제 김장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9일
ⓒ 고성신문
김장이 끝난 뒤 /조영래 (디카시마니아)

나뭇잎이 찬바람에 흩날리더니
단풍처럼 살아온 사람들이
둘러앉아 비비고 담고 떠났지

담장에 걸쳐놓은 화기애애들
그 손길에 한 번 더 단풍이 들었다

단풍처럼 붉은 고춧가루, 샛노란 배추, 더불어 각 가정마다 특색 있는 양념을 가지고 겨울농사인 김장을 담는다. 모든 정성을 쏟아 온 가족이 매달리는 한 해 마무리 행사다. 필자도 200포기까지 김장을 했던 지난날 3일을 꼬박 새벽에 나가서 배추를 뒤적거리고 다시 간물을 맞추고 다음 날 물기를 빼서 배추에 양념을 하는 날이면 가족을 포함한 동네 이웃 분들까지 출동한다. 

부르지 않아도 안쓰러워 찾아오고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서 들여다보고 겨울 안부 인사가 되었던 시절. 밥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수육을 삶는 사람이 있어 김치를 치대면서 한입씩 입에 넣어주어 입가에 벌겋게 흔적을 남겼던 추억이 떠오른다. 통마다 담아서 맛보기 김장은 이 집 저 집으로 담 너머 갔고 장독으로 김치냉장고로 꽉꽉 채워지는 뿌듯함은 마치 숙제를 마친 아이처럼 홀가분했다.

조영래 시인 <김장이 끝난 뒤> ‘단풍처럼 살아온 사람들이 둘러앉아 비비고 담고 떠났지’ 빨간 장갑을 끼고 김치처럼 볼 붉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화기애애한 이야기 속에 담긴 김장은 달짝스러운 배추에 젓갈이 가미된 깊은 맛이 벌써 침샘을 자극하는 것 같다.하지만 이제는 바쁜 일상과 핵가족 문화로 많은 변화를 접하게 되었다.

개별성과 전문성을 추구하는 맛으로 집집마다 택배로 완성된 김치가 쏙쏙 배달되어오고 집 밥을 잘 먹지 않는 요즘 외식문화가 새롭게 들어앉았다.김치의 수요가 적어진 양상에 김장의 문화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조금 힘이 들지언정 작은 양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김치를 치대고 수육과 뜨거운 밥에다 서로의 입속에 둘둘 말은 김치 한입씩 넣어주는 예쁜 추억 한 장이 우리 곁에서 오랜 이야기로 남았으면 한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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