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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모기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2일
ⓒ 고성신문
절기(節氣)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것으로 기후의 표준점이다.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을 시작으로 가장 큰 추위라는 뜻을 가진
‘대한(大寒)’까지 이어지는 24절기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기온의 오르내림이 비교적 정확하여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중국의 계절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의 기후에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절기를 통하여 계절의 변화나 날씨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때맞춰서 농사를 지었다. 곧 절기는 오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생활과학이고 상식이었다.그런데 최근 들어 과학과 상식이 깨지고 있다. 첫눈과 함께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이 지났음에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눈은커녕 반 팔 티셔츠를 입고 다녀도 될 만큼 따뜻하다. 심지어 어느 지역에는 봄꽃인 진달래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뿐만 아니다. 이미 활동을 멈추어야 할 모기까지 극성이다.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여름부터 초가을까지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면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처서가 지나고 한참 시간이 흘렀건만 아직도 모기가 왱왱거리며 사람을 괴롭힌다. 기이한 일이다.모기는 기온이 섭씨 14°~41° 사이에서만 성충으로 활동한다. 그런데도 대한을 앞둔 한겨울에 모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온과 환경이 따뜻하고 온화하게 변했다는 뜻이다. 꽃나무 역시 마찬가지이다. 온실 효과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에 개화 시기가 들쑥날쑥해져 버렸다.그런데, 이런 괴이한 일이 인간의 환경 파괴에서 비롯된 것을 생각하면 철모르는 꽃나무와 모기만 탓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이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에서 나온 재앙이기 때문이다. 절기를 무시하는 기온의 변덕은 모기의 계절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봄의 전령사마저 헷갈리게 할 정도로 질서를 깨 버렸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재앙이다. 밤잠을 깨우는 모기를 보면서 자업자득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세상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다. 추울 때는 추워야 하고 더울 때는 더워야 한다. 그래야 꽃이 제때 피고, 모기도 제철을 알고 물러나는 법이다. 때맞춰 비가 와야 곡식이 자라고, 알맞게 가물어야 열매를 맺는다. 그것을 우리는 ‘순리(順理)’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오만과 방종으로 인해 순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자연의 리듬을 인간이 깨트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자연을 파괴한 벌을 받고 있다.그런데 인간이 깨뜨린 것이 자연의 질서뿐만은 아니다. 인간의 이기심은 오랜 시간 이어온 문명 세계를 스스로 파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금 여기저기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 곳에서 온갖 이유로 싸우고 있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 핵폭탄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위협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총알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져야만 전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도 있다. 알고 보면 갈등이 있는 곳은 모두 전쟁터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나쁜 사람이고, 종교적 믿음이 다르면 적이 된다. 심지어 삼라만상에 대한 호불호가 다르다고 다투는 세상이다. 세상이 그렇게 변해 버렸다. 모든 것이 헝클어지고 얽혀 있다. 어디에서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고, 누가 옳은지 따지기도 힘들다.그런 중에도 가장 나쁜 소식은 타락의 늪에 빠진 청소년들의 일탈이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해 엎드려 자거나, 선생님 지도에 말대꾸하는 것은 그나마 순진한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제는 교단에 드러누워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꾸중하는 선생님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무릎을 걷어차는 학생까지 나타났다. 촉법소년의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도 인권이라는 벽에 막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이 맞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까마득한 절벽 위에 놓인 것이 된다.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가 없어진다는 말은 이제 사실이 아니다. 진달래는 봄에 핀다는 말도 거짓이 되어 버렸다. 마찬가지로 성선설(性善說)에 근거한, ‘아이는 착하다’라는 말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이처럼 순리를 거부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참이 거짓으로 변질하는 현실이 된 것은 오롯이 어른들 탓이다. 주변을 돌아보라? 국민의 어려움은 애써 무시하고 정치지도자들은 쌈박질이나 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이윤 욕심에 비윤리적 기업 운영을 하기 예사이고, 가족 간에도 금전이나 애증 때문에 죽이고 죽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랴? 부모는 아이를 학대하고, 자식은 부모를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사는 교단에 있지 않고, 학생들은 교실을 벗어났다. 많은 사람이 제자리를 잃었고, ‘인간다움’을 잃었다.어떻게 하면 세상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유교 경전인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공자의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는 말에서 해답을 찾고 싶다. 군왕은 군왕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구실을 할 때 올바른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케케묵은 고언(古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세상이 순리대로 움직이려면 ‘~다움’의 미학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질서가 생기고, 성숙한 세상이 된다. 매사가 그렇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추울 때는 추워야 하고 더울 때는 더워야 한다. 겨울다움이 있어야 하고 여름다움이 있어야 한다.겨울 모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습한 곳이나 물웅덩이를 없애야 한다. 꽃을 제때 피우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환경 파괴는 없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다움’의 미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도 없애야 한다. 이는 시대를 앞서가는 어른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이다. 어른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않을 때 싸움과 이변이 일어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갈등과 다툼으로 날을 보내는 어른들을 보면서 한숨만 나온다. 어른이 어른답지 않은데 어떻게 세상이 바로 돌아가랴.인간이 만든 죄는 갈수록 쌓여간다. 이기심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절기의 문란을 불렀고, 욕심으로 인한 갈등은 사회의 혼돈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금 보고 있는 혼란이 끝은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더 큰 업보로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으면 모기가 들끓고, 사회가 올바르지 못하면 반사회적인 사람이 많이 생기는 법이다.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어른이 하는 행동을 아이들도 따라 하기 마련이다. 더 늦기 전에 어른 본연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고, ‘어른다움’을 회복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절기가 때에 맞추어 돌아가고, 모기가 없는 정상적인 겨울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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