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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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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길 /이시향(디카시마니아)
부질없는 인생은 없는 거라고
폐지를 가득 실은
헐거운 손수레
가을이 겨울로 밀며 갑니다
우리 이웃 아이들 크는 모습에 ‘어머 이렇게 많이 컸구나’라는 소리를 한두 번은 했을 것이고 또한 들었을 것이다.
필자도 늦둥이를 낳은 경험으로 “언제 키우겠어”라고 걱정하시던 이웃들은 이제는 그 아이가 대학을 갔다는 말에 깜짝 놀란다.
그 작았던 아이가 키는 180을 넘고 우리는 그다지 늙지 않음에 감사할 뿐이다.
이시향 시인 디카시 <가을길> ‘가을이 겨울을 밀며 갑니다’라고 미리 계절의 추이를 말한다.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 같지만 노인의 힘에 부대끼어 헐겁게 실은 폐지를 보고 가을이 이미 소진되어가는 모습과 다가올 겨울을 예감하는 저 시인의 따뜻한 눈이 세월을 서럽게 보게 한다.
지금 거리는 가을 몸살로 은행잎이며 색색 물든 낙엽들이 나고 진 자리를 표현하느라 바쁘다.
이때쯤이면 유독 사람들은 나이를 챙기게 되고 늙음을 호소하고 나의 중심이 어디까지인가를 짚어보는 시점이다.
“괜찮아 괜찮아”라고 전하고 싶다.존재의 가치는 조금 더디게 가는 사람과 조금 빠른 속도의 차이일 뿐이다.
비록 손수레에 폐지를 줍는 저 뒷모습이 힘들어 보이지만 건강하기에 두 발로 수레를 끌고 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가.
누군가는 병상에서 누군가는 고시원에서 누군가는 군대에서 제각각의 맡은 바를 행하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가는 엽서를 보내고 싶다.
또 다음 달쯤 하얀 쌀가루 같은 소복한 눈을 보내줄 자연의 선물에 먼저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기다리는 것처럼 오늘 하루가 소중하게 주어진 우리들은 자신이 행복한 사람임을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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