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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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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오광대 마스코트 큰어미의 명연기자 이재훈 선생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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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송거사’ 이재훈 선생이 별세했다. 향년 75세.
국가무형문화재 고성오광대보존회 전승교육사인 이재훈 선생은 지난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27일 발인 후 고성으로 운구, 동해면 생가에 잠시 들렀다가 고인이 평생 애정을 쏟은 고성오광대 앞마당에서 노제를 치렀다. 선생의 마지막 길에는 고성오광대 전·이수자, 선생과 생전 인연을 맺은 문화예술단체 관계자, 지인 등이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이재훈 선생의 제자인 김성범 이수자는 조사를 올리며 “누구보다 건강하시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사셨던 당신이기에 병상을 훌훌 털고 콧노래 흥얼거리시며 우리 곁에 다시 오실 줄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선생님의 환한 미소와 개구쟁이 같은 몸짓이 저희 눈앞에 생생한데 이렇게 떠나시다니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광대 제자들은 행사마다 빠지지 않고 춤추고 장구 치며 흥을 돋우고, 젊은 학생들과 할미춤을 추고 노래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허물없이 대하던 고인의 모습을 회상하며 눈물지었다.
1947년 동해면에서 태어난 이재훈 선생은 1971년 고성오광대보존회에 입회했다. 고성오광대의 백미로 꼽히는 5과장 큰어미(할미) 역할은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작은 체구지만 숨을 있는대로 불어넣어 자유자재로 올록볼록 솟았다 꺼지는 배에 엉덩이를 들썩이며 등장하는 큰어미는 보는 이들의 배꼽을 쏙 빼놨다.
전통미술품에도 관심이 많아 미술중개업을 하며 전국 팔도를 다니다가도 판만 벌어지면 금세 돌아와 큰어미 탈을 쓰고 배를 불룩이곤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도 눈내린 소나무가지 같은 은빛 꽁지머리를 한들거리고 콧수염을 씰룩이며 오광대 공연무대에 서서 큰어미를 연기하고 장구를 두드렸다.
설송 이재훈 선생은 올해 초 와병 직전까지 오광대 공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지금까지 50년간 그는 국내외 어디든 고성오광대 무대에 섰다. 막내아들딸뻘인 제자들과 악사로 함께 무대에 서서 장구를 두드리며 흥에 겨운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무리 점잖은 이도 어깨를 꼼지락거리게 했다.
그는 타고난 예인이었다. 평생을 고성오광대에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5과장의 구성을 전수하면서 고성오광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함께 했고 지켰으며 발전에 있어 큰 기둥이었다. 설송 이재훈 선생은 노제 후 동해면 선영에서 영면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