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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아이들의 밥, 놀이터는 위험해야 한다... 창의력과 도전정신은 학원에 없어요, 놀이터에 있어요!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한다
아이들이 만든 수남유수지생태공원 어린이모험놀이터
또래와 놀면서 사회성과 협동심도 배워야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08일
↑↑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직접 모형을 만들고 감리해 고성읍 수남유수지생태공원에 올해 초 조성된 어린이모험놀이터. 에어점핑돔에 그늘막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여름 한낮에도 놀이를 즐기고 있다.
ⓒ 고성신문
▣ 글 싣는 순서
① 우리가 상상한 놀이터가 고성에 생겼어요
② 흙에 뒹굴며 기적을 만드는 순천 기적의 놀이터
③ 땀범벅될 때까지 UFO 누비면 몸도 상상력도 쑥쑥
④ 떼굴떼굴 숲에서 뛰어놀며 우리는 자란답니다
⑤ 슝슝통통,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신발 속에, 양말 속에 모래가 없는 시대다. 아이들이 더 이상 흙을 밟지 않는다. 놀지 않는다. 하교하면 학원버스를 타고, 밤이 돼서야 학원이 끝나면 부모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성군은 급속한 고령화와 출생율 감소, 지속적인 인구유출로 올해 결국 인구 5만 명이 무너졌다. 고성은 1년 내내 태어나는 아이들이 16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 위해서는 보육 및 교육시설도 필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아이를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고성군은 인구증가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생아동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다. 

그러나 보육을 위한 지원 중 아이들이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은 그다지 관심받지 못했다.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놀이터는 아이들의 보육과 직결된다. 인구증가를 위해서도 아이들이 원하는, 제대로 만든 놀이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놀이
‘놀이터’는 세대별로 다르게 기억한다. 30대 이상은 모래가 깔린, 녹슨 철봉과 정글짐, 구름다리, 삐걱거리는 시소가 있는 풍경, 20대 이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놀이시설에 안전을 위한 우레탄 포장으로 마감한 알록달록한 놀이터, 그리고 10대 이하는 키즈카페가 ‘놀이터’이다.

어른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학부모는 대개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해 놀이터에서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놀이터,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듯한 요즘의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얼마나 키워줄 수 있을까? 위험을 모르는 아이가 위험과 안전을 구분할 수 있을까?

'놀이터’는 말 그대로 놀이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운영돼야 한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놀면서 자라야 한다.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위험을 알아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창의적인 환경에 노출돼 창의적으로 놀 줄 알아야 창의적인 아이가 되고 상상력이 자란다. 

어울려 놀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몸을 움직여야 체력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제대로 된’ 놀이터에서 한 번에 해결 가능하다.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놀이터가 필요하다.

# 아이들이 만든 상상과 모험의 놀이터
올해 초 고성읍 수남유수지생태공원 내에 어린이모험놀이터가 개장했다.눈 내린 송학동고분군 형상의 에어바운스 점핑돔이 자리하고 있다. 어른의 눈에는 과연 저게 진짜 재미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한 점핑돔은 다른 지역에까지 소문날 정도로 인기 최고다. 

점핑돔 주변으로 짚라인, 아이들이 마주보며 타는 그네와 구불구불 지네모양의 시소 등 다소 독특한 놀이시설들이 배치됐다. 어린이모험놀이터는 조성 과정에서부터 실제로 놀이터를 이용하게 될 아이들이 참여했다. 놀이터 제작 과정에서 놀이터를 직접 이용할 아이들이 직접 상상해 만든 모형을 기본으로 시설들이 제작됐고, 바닥은 흔히 봐온 우레탄 대신 모래로 마감했다. 

놀이터 준공과정에서는 아이들의 감리를 받는 등 아이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조성된 놀이터로 관심을 모았다. 군은 2020년 10월 ‘땅굴로 땅굴로’라는 주제로 주민참여사업 공모에 선정돼 어린이 놀이시설 조성을 추진해 왔다. 이어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디자인스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직접 상상력을 담아 놀이터 모형을 제작하고 학부모를 포함한 제작자문단이 안전성 등을 검토했다.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나 금속 소재 놀이시설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모험심과 상상력을 발휘해 디자인한 모형을 실제 시설에 반영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은 고성에서는 최초의 시도이며 전국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 위험한 놀이터가 아이를 더 안전하게 만든다
넘어져도 떨어져도 다칠 일 없고, 옷 더러워질 걱정 없는 놀이터, 다른 어떤 놀이터들과도 다를 바 없이 똑같은 놀이만 할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가 좋은 놀이터일까? 우리보다 앞서 어린이들의 체험놀이에 관심을 가진 유럽에서는 안전과 위생보다 ‘통제된 위험상황’을 만들고 이 환경에서 직접 체험하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한다.

유럽이나 호주에서는 놀이터가 너무 안전하면 오히려 불합격을 받는다. 물론 안전장치는 있으나 우리나라 놀이터와 비교하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충격을 흡수하는 우레탄 대신 모래나 흙바닥이고, 충격완화장치가 완벽하게 갖춰진 잘 찍어낸 놀이기구가 아니라 모양과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통나무를 얽어놓은 것 같은 모습도 흔하다. 

이들 국가의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은 넘어지고 엉덩이를 찧기 일쑤다. 우리가 보기에 위험천만할 상황이고, 아이가 놀이터에서 다쳐 울면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관리사무소나 군청에 민원을 제기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들이 도전하고 좌절하고 다치는 경험을 직접 해보게 함으로써 후에 닥칠 더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한다.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는 우리의 놀이터와는 다른 풍경이다. 실제로도 유럽의 놀이터 사고는 한국보다 훨씬 적다. 

유럽 놀이터의 안전사고율은 1.76%다. 우리나라는 7%, 미국은 3.56%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 기준에서 위험한 유럽의 놀이터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 얼핏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유럽의 놀이터는 감당할 수 있는 위험상황에 아이들을 노출함으로써 오히려 안전하게 이용한다는 이야기다.우리는 어떤가. 

안전이 보장되는 놀이터의 환경은 학부모는 물론이고 아이들 스스로도 위험을 감당할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조금만 위험해도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조그만 사고라도 생기면 민원을 제기한다.아이들이 걷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넘어지지 않고 단번에 걷고 뛰는 아이는 없다. 갓 태어나 1년 남짓 동안 무엇이든 잡고 일어서고 혼자서 일어서고, 수없이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배운다.넘어져서 무릎이 깨지고 때로는 뒤로 넘어져 머리를 찧기도 한다. 

그렇다면 위험하다고 걷지 못하게 할 것인가. 그럼 그 아이는 영원히 걸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놀이터의 그네나 시소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좌우로 흔들린다. 그러면 우리 잣대로 놓고 볼 때 위험해졌다. 민원을 제기하고, 수리를 통해 완벽한 균형을 되찾을 때까지 놀이기구는 사용금지다. 

위험요소를 완전히 제거한 후에야 이용할 수 있다. 누군가가 위험의 원인을 제거한 놀이터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놀이터는 위험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이걸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사고가 생겨도 대처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유럽에는 ‘놀이터 디자이너’가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으로 만드는 천편일률적인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맞고 어느 아이나 위험을 통해 창의력을 배울 수 있는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 아이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자
지금의 30~40대 이상 어른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모든 놀이에는 노래가 있었고 몸짓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다. 때로는 경쟁하고 협동했다. 놀이의 규칙을 통해 지켜야 할 질서를 배웠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목적도 아니었다.

여러 명 중 한 명이 남으면 이 팀 저 팀 오갈 수 있는 ‘깍두기’로 놀이에 참여해 모두 함께 놀았다. 정해진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꿔가며 새로운 방식을 쓰기도 했다. 

그 무대는 놀이터였다.놀이터의 본질은 ‘창의적인 놀이’가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놀이를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또래와 함께 놀이하며 사회성과 협동심도 배워야 한다. 

높은 미끄럼틀 꼭대기와 정글짐을 오르며 도전정신을 배운다.부모들은 자녀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정신 뛰어난 인재’로 자라기를 원한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들에게 제공하는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창의력은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놀면서 배우는 것이다. 

단순히 뛰어놀기만 하는 놀이터, 다른 곳과 똑같은 놀이시설로 만들어진 놀이터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놀이시설, 아이들이 꿈꾸는 놀이시설로 채운 고성만의 독특하고 신나는 놀이터를 원한다. 

고성 1호 어린이모험놀이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2호 3호 어린이놀이터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놀이터를 직접 이용할 아이들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놀이터, 다른 지역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살펴보고 고성형 어린이모험놀이터, 고성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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