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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판숙 씨가 제22회 대한민국여성구상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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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검은 바닥. 숨이 붙은 것은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 속에서도 수련은 끊임없이 잎을 밀어 올리고 꽃을 피운다. 청개구리 한 마리가 곧 도약할 것처럼 발 끝에 한껏 힘을 준다.
수련과 청개구리 그리고 연못의 꿈을 담은 곽판숙 씨의 ‘작은 꿈’이 제22회 대한민국여성구상미술대전 우수상을 차지했다. 미술계에 입문한 지 이제 겨우 2년째인 신진작가로서 쉽지 않은 성과다.
“삶의 의욕이 꺾이고 헤어날 수 없는 우울감이 찾아왔어요. 젊고 반짝이던 시절에는 먹고 사느라 바쁘다가 내 삶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때 빛이 돼준 것이 그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시골살림에 딸자식 미술공부는 언감생심이었다. 먹고 사는 일, 남편과 자식 거두는 일이 우선이었고 꿈은 늘 뒷전이었다. 삶의 허리쯤을 지나고 보니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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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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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동생 하나가 그림을 그렸다. 미술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작가인 데다 개성 넘치는 화풍으로 주목받는 이였다. 동생의 화실에 수시로 놀러다니며 수다도 떨고, 그림도 구경했다. 그러다 동생이 문득 “언니도 그림 한 번 그려보라”고 제안했다. “아이고, 말도 아이다”했다가 어느 날엔가 슬그머니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최원미 작가의 문하생이 됐고, 2년동안 꾸준히 지도받았다.
최원미 작가는 언니를 위해 생일선물로 화구들을 직접 준비해줬다. 물감뚜껑을 열 때면 숨통이 탁 틔는 기분이었고 화폭을 마주하면 눈이 번쩍 띄는 것 같았다. 사는 게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화폭에 마음을 담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뒤늦게 불붙은 열정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은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다.
작은 작품들로 시작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화사한 꽃을 화폭에 주로 담으면서 인생도 다시 꽃피는 기분이었다.
“처음에 최원미 작가님이 대한민국여성구상미술대전 출품을 권유했을 때는 내가 어떻게,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 그리기만 하는 것보다 다른 분들의 작품과 견줘가며 실력을 키우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출품했는데 덜컥 우수상을 받으니 얼떨떨했습니다.”
지금껏 식당 주인으로, 생활지도사로 살았다. 물론 그런 중에도 영현면 시골마을 어르신들께 장어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쳐 목요일마다 찾아가는 봉사도 하면서 자신을 찾아갔다. 그러다 너무도 우연히 시작한 그림에 빠져 신인작가가, 그것도 첫 출품에 우수상을 거머쥐었으니 화제였다. 이게 어쩌면 생활인 곽판숙에서 ‘작가’ 혹은 ‘화가’ 곽판숙으로 살게 할 터닝포인트는 아닐까.
“앞으로 더 큰 대회에서 제 그림을 평가받고 싶기도 하고 제 이름을 내건 개인전을 열어 다른 분들께 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가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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