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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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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예술가 이판철 씨가 제작한 '이 트리케라톱스 2022'가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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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읍 송학동고분군 맞은편 경관농업단지에 거대한 육식공룡 트리케라톱스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길이 24.6m, 높이 6.5m, 폭 6.4m에 달하는 거대한 트리케라톱스는 창작예술가 이판철 씨의 손에서 탄생한 ‘이 트리케라톱스 2022’다.
“경관농업단지의 꽃과 벼그림, 송학동고분군 등 아름다운 고성의 풍경과 어울리는 공룡조형물을 만드는 데 저의 재능이 쓰이니 얼마나 보람되고 뿌듯한 일입니까. 안뜰에 우뚝 서있는 공룡을 볼 때마다 행복하지요. 이 나이에 새로 뭔가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런데 못할 것도 없다 싶더라고요.”
이판철 씨는 경관농업단지추진단에서 공룡 제작을 부탁한 지난 5월부터 공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고성농요보존회원, 고성지킴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물레처럼 작은 소품은 수도 없이 만든 전문가지만 이렇게 큰 작품에는 처음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 대충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국내의 공룡관련 조형물과 화석 자료들을 모으고 분석했다. 이름도 외기 힘든 수많은 공룡들을 보고 머릿속에 스케치해봤다. 고성의 캐릭터, 온고지신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어려운 공룡 중 가장 친숙한 이름이 트리케라톱스였다. 당항포 기념품 가게를 일부러 찾아 트리케라톱스 모형을 사서는 길이와 높이, 폭을 수십 번 재고, 고쳐 그리며 설계도를 완성했다.
가장 자연스러운 재료로 가장 독특한 질감을 표현하기로 했다. 햇빛을 오래 받거나 비를 많이 맞아도 뒤틀리지 않고, 태풍에도 버틸 수 있는 재료를 고민하다 각목에 눈이 갔다. 구상과 설계부터 공룡을 완성하는 데 총 제작기간만 90일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뼈대를 세우는 것은 물론 제작하는 전 과정을 오가는 군민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작업했다.
실물 크기로 만들자니 사람 힘만으로는 힘들어 뼈대를 세울 때는 중장비가 동원됐다. 나무의 거칠지만 자연스러운 결을 살리면서도 판이 아닌 각목을 어슷하게 배치해 바람이 통하게 이었다. 공룡의 윗부분을 만들 때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업했다. 위험천만했지만 언제 또 이런 걸 해볼까 생각하면 즐거웠다. 봄에 시작된 공룡 만들기는 여름의 한가운데에 끝났다
.“제 자식들, 손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것이 뭔지 고민해봤습니다. 재물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입니다. 고성의 상징이 공룡 아닙니까. 할아버지가 직접 땀흘려 만든 공룡을 보면 손자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니 신바람나더군요.”
이판철 씨는 고성농요보존회원이다. 농요 공연을 하면서 쓰는 물레며 지게, 도리깨도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워낙 없는 살림이었다. 중학교만 마친 후 목공일을 배웠다. 손재주는 꽤 좋은 편이었다. 고향에 돌아와서는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었다. 우연찮게 고성농요와 연을 맺고 공연하면서 낡은 소품들을 하나씩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배운 목공기술과 나무 보는 눈이 큰 자산이 됐다. 그렇게 시작한 목공예는 고성지킴이 활동으로 이어졌다.
언젠가 거류산을 오르다 길섶의 돌을 주워 돌탑을 쌓았다. 오가면서 하나씩 더 쌓고, 모양을 내서 쌓고, 의미를 담아 또 쌓다 보니 거류산 오솔길이 돌탑길이 됐다. 그렇게 마애약사불에 이르는 오솔길에 새로운 풍경을 더했다.
“예전에는 물레나 도리깨가 일상용품이었지만 이제는 구경하기 힘든 물건이 됐어요. 잊혀져 가는 전통이 안타까웠습니다. 이게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큰 재산인데, 하는 생각이 드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일상 문화에 담긴 혼과 얼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판철 씨가 만든 공룡은 경관농업단지의 공룡 벼그림과 기똥차게 어우러진다. ‘이 트리케라톱스 2022’는 경관농업단지에서 고성읍 방향으로 걸어가며 마치 송학동고분군의 기운을 전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경관농업단지는 이제 코스모스와 갈대 등 가을꽃밭으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귀여운 공룡캐릭터가 그려진 논은 곧 황금빛으로 익을 것이고, 코스모스꽃길을 따라 허수아비들이 늘어설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찾을 테고, 이 트리케라톱스 2022는 사람들의 감탄과 함께 그들의 뷰파인더에, 가슴속에 각인될 것이다.
“고성을 찾는 모든 분께 보는 즐거움과 깊이 남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나무공룡 이 트리케라톱스 2022와 함께 아름다운 고성, 풍성한 가을들녘의 정취를 만끽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