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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치기 전에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8월 12일
ⓒ 고성신문
못은 두 조각 이상의 목재나 물건을 걸쳐 붙이거나, 벽 같은 곳에 박아 다른 물건을 거는 용도로 쓰는
것으로, 끝을 뾰족하게 하여 대상물에 잘 박히도록 만든 물건이다.
못의 어원을 살펴보면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는 상태에 놓이다’라는 의미를 가진 ‘몰리다’에서 나온 것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다’라는 뜻을 가진 낱말이다. 한자로는 ‘고무래 모양의 쇠’라는 뜻의 ‘정(釘)’으로 쓰고, 영어로는 ‘screw’ 혹은 ‘nail’이라고 쓰는데, 이 역시 ‘쇠로 된 물건으로 고정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못에 대한 개념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못을 쇠로 만든 물건으로 지칭한 것은 훗날 문자가 만들어지면서 정형화된 것이기에 재질을 반드시 쇠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 언제부터 못이 사용되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확인하기 어렵지만, 청동기시대 이전부터 못이라는 개념을 가진 물건이 사용되었음이 고고학적으로 밝혀졌고, 나무나 돌뿐만 아니라 종이로 된 것도 있기 때문이다.
못은 재질도 다양하지만, 용도도 다양하다. 주 역할은 이음이나 접합이어서 목재를 이용한 건축이나 가구를 만드는데 주로 쓰이지만, 선반을 매거나 물건을 거는 용도로도 많이 쓰인다. 그리고 장식용으로 사용할 때도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인간의 곁에서 유익하게 사용된 못이지만 못질은 아무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거창한 것 같지만 못질에도 법도가 있다. 우선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못이 다르다. 못이라 하면 철물점에서 판매하는 단순한 쇠못만을 생각해 길이와 굵기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못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용도에 따라 다른 못을 사용해야 한다. 우선 일반적으로 나무에 박는 못 이외에 시멘트용 못이 있고, 흔하게 쓰는 나사도 못의 일종이다. 용도에 따른 적절한 못의 선택이 작업 능률을 높일 뿐 아니라, 건축물이나 가구를 튼튼하게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 하나는 꼼꼼하게 따져가며 못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벽에 못 하나 치는 것도 길일을 따져 손 없는 날을 골랐다. 미신이라고 웃어넘길 사람도 있겠지만 조상님들에게는 종교적인 믿음이었다. 혹시나 모를 가신(家神)의 노여움을 두려워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못이 박히는 곳은 가신의 몸이다. 못을 치면 흠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는 곧 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조심하고 후환을 걱정했다. 필요 때문에 못을 박았지만, 쓸모가 없어지면 보기 싫은 흠이 된다. 그래서 못을 몸 일부로 동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돌이나 나무로 만든 물건에는 쇠못을 쓰기를 꺼렸다. 석재는 작은 돌을 깨거나 갈아서 이음새를 메꾸었고, 목재는 접합한 곳에 어교(魚膠)나 아교(阿膠)를 묻힌 대못이나 나무못을 박아 한 몸이 되게 했다.
이처럼 못질은 건설적인 작업에서 나온 탓에 주로 긍정적으로 쓰이지만, 못질의 대상과 한 몸이 되지 못한 행위는 부정적으로 쓰인다. ‘못을 박다’라는 관용어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어 아프게 하다’라는 뜻이 있다. 여린 대상물과 못의 강함이 이질적으로 결합하면서 나온 말이다. 궁합의 조화가 깨진 것이다. 그러기에 함부로 못을 박아서는 안 된다. 집을 짓거나 용기를 만들 때 쓰는 못은 이음과 접착을 강하게 하는 데 쓰이지만, 벽에 못을 박는 것은 나의 편리함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내 편리함 때문에 벽이 상처를 입는 것이다. 그러기에 못질에 신중해야 한다. 한 번 못질하면 다시 뽑아내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흠집이 남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못을 치는 것은 특별한 전문가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망치질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는 망치를 맡기지 않는다. 사고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간단한 못질이야 직접 하지만,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 때는 전문가에게 맡긴다. 못질을 잘못하여 일을 도리어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못질의 후유증은 짧을 수도 있지만 오래 갈 수도 있다. 개인의 잘못된 못질은 일탈로 끝나지만, 공직자의 잘못된 못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스호스텔 건립이 여론 조성과 사업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의회에서 다시 제동이 걸렸다. 유스호스텔 건립은 전임 군정이 박아 놓은 대못 중의 하나이다. 이미 못질을 시작해 버려 돌이키기에는 늦었고, 건립되더라도 후유증이 클 것이다. 물론 잘 활용한다면 고성이 전국 최고의 스포츠 메카로 우뚝 서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잘못하면 매년 10억 원 내외의 결손액을 고스란히 군비로 충당해야 할 만큼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고민이다. 솔로몬이라면 어떤 판단을 할까? 아직 굳기 전이라면 재질에 맞는 못을 사용하는 것이 맞고, 이미 박힌 대못이라면 뽑기보다는 슬기롭게 운영할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전임 군정이 남긴 대못은 유스호스텔 건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외에도 각 분야에 걸쳐 못을 박아 두었다. 군민의 건강과 생존권을 무시하고 군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 산세 공장 허가가 그렇고, 일찍 대안을 찾아야 함에도 방치한 동물보호소 건립도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그뿐 아니다. 공모 사업으로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았다고 하지만 인건비와 운영비를 고스란히 군비로 충당하는 각종 시설과 기관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물론 모두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활용도와 유익성에 따라서 긍정적인 못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못일 수도 있다. 용도에 맞는 못이었는지, 함부로 박은 것은 아닌지, 평가는 훗날에 할 일이다. 다만 지금까지 박아둔 것만으로도 이미 벽에 금이 갈 정도로 흠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못질은 새로운 군정이 시작된 이후에도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숙박업계와의 상생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유스호스텔과 거액의 구상 청구권이 걸린 행정소송이 남아 있는 산세 공장이 잘못 박은 대못의 사례가 될 것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열정은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그동안 힘들게 쌓아둔 덕업(德業)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법이다. 못을 박은 사람은 문제 될 게 없으니 걱정을 말라고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벽이 무너지지나 않을지, 물이 새지나 않을지 불안하다. 결국 못을 뽑아야 할지 흠을 메워야 할지 여부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제8기 민선 군수의 몫으로 남았다. 신임 군수는 전임 군정의 병폐를 잘 살펴 망치가 필요한지 노루발장도리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행정 집행에서도 이해 관계자의 눈치를 보거나 전임 군정의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과감한 추진으로 군정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소통과 협치를 통해 더는 함부로 주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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