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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성 여성들의 곁에서 건강지킴이가 되겠습니다”

병원비 없어 치료시기
놓치는 환자 안타까워
독거여성노인 많은 고성
산부인과 필수
대학병원급 시설과 실력
병원비는 10분의 1
다문화여성 외국인근로자
장애여성 엄마처럼 감싸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2년 07월 29일
ⓒ 고성신문
↑↑ 강병원 산부인과 권현옥 원장(제일 왼쪽)이 실라간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고성신문
소중한 벗이 유방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벗과 이별하러 고성을 찾았다. 선배인 강진구 원장이 고성에 산부인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그러마 했다. 3년 전 고성 강병원에 산부인과가 생겼고, 권현옥 원장이 부임했다.
“고령화 정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3차 의료기관과 먼 지역일수록 부인과 진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에게 내 몸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큰 병원에 가면 돈이 많이 들까 봐 망설이는 거죠. 그러다 병을 키우는 겁니다. 제 소중한 친구가 자란 이곳에서만큼은 내 힘으로 그런 안타까운 상황을 막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현옥 원장과 고성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승욱 스님이 보리수동산을 돌보던 시절 의료봉사차 고성에 왔다. 그때는 의료 오지나 다름없었다. 면 지역 할머니들은 부인과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읍까지 나오려 해도 하루 몇 편 되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 타고 오가기 힘든 데다 혹시라도 큰 병이면 들게 될 돈이 무서워서였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위해 크고 좋은 병원을 찾으니 질병들도 빨리 발견하고 좋은 치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시골의 고만고만한 살림에 병원비가 걱정인 분들은 그러다 말겠지, 하고 방치하다가 진짜 큰병이 돼서야 병원을 찾아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요. 특히 독거여성노인이 많은 고성에서 산부인과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권현옥 원장이 강병원에 오기 전까지 고성은 10년 동안 산부인과가 없었다. 그동안 군내 여성들의 부인과 질병은 늘었다. 그가 부임한 지 불과 만 3년 동안 자궁근종과 난소혹, 자궁경부암은 100명이 넘게 발견됐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몇 년이나 비뇨기과 약만 먹은 70대 여성이 자궁초음파 한 번에 난소물혹을 발견해 수술하기도 했고, 3~5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피임기구를 10년이고 20년이고 그대로 하고 있는 여성들도 있어 제거했다. 50대 여성들 중 자궁근종이 자궁의 2~4배 크기로 자라있는데도 경제적 여유도 의료정보도 없어 빈혈약만 먹으면서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궁초음파 한 번이면 발견할 수 있는 병인데 제때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병이 있다고 해도 무조건 수술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고, 제가 주치의로서 꾸준히 치료하고 예방·관찰하면서 적절한 수술 시기를 찾아 큰 병원과 연결도 합니다. 큰 병원에서는 10만 원 이상인 검사들도 고성에서는 1~3만 원이면 충분히 받을 수 있어요. 전국 어느 산부인과에서도 받지 못하는 지원을 고성군과 강병원은 아끼지 않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실라간 씨가 아들 앤드류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선다. 앤드류가 세상에 오기 전부터 권 원장과 실라간 씨의 인연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아기가 안 생겨서 걱정이 많았어요. 권현옥 원장님을 만나고서야 제 몸에 작은 용종이 있고 그래서 빈혈과 불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원장님이 꼼꼼하게 치료해주신 덕분에 기다리던 아기를 만날 수 있었어요. 임신 중에도 친정엄마처럼 챙겨주셨지요. 저와 같은 다문화 여성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유난히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시니 마음이 편해요.”
1991년 고신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3년 산부인과 의원을 개업해 20년간 진주에서 꽤 입소문났다. 가끔 그의 산부인과는 문을 닫아걸곤 했다. 인도와 네팔, 아프리카 등으로 해외의료봉사를 떠나기도 했고, 진료를 일찍 마치는 날은 장애인시설, 아동보육시설처럼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곳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의료서비스야말로 사정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고성보리수동산은 20년, 와로에는 3년간 후원했고 진주장애아동어린이집과 거제반야원, 구례장애인복지관 등에는 이미 10년 이상 후원하고 있다. 108자비손, 경상대학병원선학로타리, 경남의사회, 한국여의사회, 대한의사회, 열린의사회까지 수많은 단체에서 봉사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전라남도 여수에 들어왔을 때는 고성에서 진료하고 여수를 찾아 봉사하기도 했다. 덕분에 법무부장관의 감사패를 받았다. 가끔 정말 사정이 어려워 큰병원이 있는 도시에 가지 못하는 환자들을 만나면 지갑을 털어 얼마간의 여비와 진료비를 챙겨주기도 한다. 그러면 병원행을 망설이던 환자들도 마음을 바꾼다.
“고성의 산부인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성을 이끄는 여성들이 고성의 산부인과를 찾아주시는 건 어떨까요? 병원을 찾는 일이 뭐 그리 좋은 일이겠습니까만, 여성질환은 다른 문제입니다.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검사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고성 강병원 산부인과는 분만을 하지 않을 뿐, 대학병원 수준의 시설과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장사꾼이 아니라서 친절하고 상냥한 진료와는 거리가 멀지 몰라도 어떤 치료와 대응이 필요한지, 어떤 상태이며 어떤 영양제가 필요한지 최선을 다해 최고의 진료로 답하겠습니다. 고성 여성들의 건강지킴이가 되겠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2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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