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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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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보다 더 선명한 꽃이여
김영숙
(미국 시카코 거주, 1985년 《시문학》등단)
발설하지 못해 고여 있는 꽃잎들의 언어 위
바람이 곡예하며 질문을 쏟아 놓는다
새벽보다 선명한 개화를 위해
뿌리로부터 뒤척이던 고요가
어둠 깨우듯 찰랑이며 해독을 한다
다하지 못하는 말들을 앞세워본다
꽃들이 개화될 때까지 바람이며 햇볕, 적당한 물도 필요하듯 한 생명이 태어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들이 필요한가를 새삼 알게 하는 시다. 김영숙 시인 디카시 <새벽보다 더 선명한 꽃이여>에서 ‘새벽보다 선명한 개화를 위해 뿌리로부터 뒤척이던 고요가 어둠을 깨우듯 찰랑이며 해독을 한다’. 발설하지 못해 고여 있는 꽃잎들처럼 우리들도 어떤 일에 있어서 말로 표현을 다 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지 않은가? 간혹, 오해도 사고 질투도, 시기도 당하지만 본인이 당당하다면 사소한 일에 얽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저렇게 예쁜 꽃 한 송이를 피우는데도 바람이 질문을 쏟아놓고 어둠도 찰랑대며 해독을 하고자 하는데 설령 사람이 하는 일에는 더한 잡음이 있기 마련이다. 처음 디카시를 논할 때도 시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가 안 되니깐 저런 시를 쓴다고 하고 그림 시 하고도 혼동을 하여 ‘디카시 창작 입문’ 책이 나오기까지 오해도 샀지만 꿋꿋하게 해를 거듭할수록 정착된 디카시는 이제 세계 속에서 자리매김을 하여 한국에서보다 더한층 국제 페스티벌을 통해 좋은 작품들이 속속 나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의지 있는 일을 할 때에는 우선 자신이 외부로부터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이 성취될 때까지 자신을 믿고 소신 있게 가다 보면 분명 자신의 세계 속에서 아름답게 피는 한 송이 꽃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의 이름을 얻게 되는 것처럼, 오늘 개화되는 ‘새벽보다 더 선명한 꽃’ 보라로 빛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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