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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판숙 씨가 나누는 따뜻한 한 끼의 행복

고성자활센터 생활지도사
매주 목요일 영현면 침점1구마을회관 찾아
3년째 사비로 어르신들 식사 대접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2년 07월 08일
↑↑ 곽판숙 씨가 영현면 침점1구 경로당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 고성신문
“매주 와서 어머이 어머이 함서 밥을 챙기주니 자석들보다 훨씬 낫소!”
늘 별 일 없는 일상의 영현면 침점1구에 매주 목요일마다 딸아들보다 반가운 이가 찾아온다. 10명도 채 되
지 않는 할매들만 있던 침점1구 마을회관에 가장 활기가 도는 날이다. 정성스럽게 국과 반찬을 장만해 밥상을 차리고 할머니들과 둘러앉아 일주일을 쌓아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맛있는 한 끼를 함께한다. 침점1구 어르신들이 자식들보다 더 기다려진다는 이는 고성자활센터 영현면 생활관리사 곽판숙 씨다.

“잔칫상도 아니고, 집에서 먹는 것같은 국에 반찬 조금 차려드리는 건데 힘들 것도 없어요.어머니들께서 환한 얼굴로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그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곽판숙 씨의 음식솜씨야 주변에서 알아준다. 끝내주는 손맛 덕분에 식당도 오래 했다. 단골손님들은 언제나 그의 음식을 세상에서 제일이라 추켜세우곤 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생활지도사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미련없이 식당을 접고, 어르신들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택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위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영현면은 인구 자체도 적지만 고령화율은 아주 높은 지역이에요. 게다가 코로나19로 경로당도 수시로 문을 닫으니 어르신들의 고독감, 고립감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영현면은 외식을 할 마땅한 식당도 없는 지역이에요. 그러니 함께 드시는 따뜻한 밥 한 끼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실까 생각하면 멈출 수가 없네요.”

수요일부터 곽판숙 씨의 마음은 바빠진다. 일이 끝나면 내일 어르신들께 무슨 반찬을 해드릴까, 소화가 잘 되면서 입맛 돌게 하는 메뉴가 뭐가 있을까 고민부터 시작한다. 어르신들 혼자 고기나 생선 드시기 쉽지 않으니 나물반찬, 생채, 고기반찬 등등 다양한 식단을 짠다. 계획이 서면 장을 본다. 우리 가족 먹을 것에 한두 팩만 더하면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큰 부담도 없다.
목요일은 새벽부터 바쁘다. 전날 손질해둔 재료로 영현면 침점1구 마을회관 주방에서 지지고 볶고 끓이고 분주하다. 11시에 도착해 밥을 하기 시작하면 정오에 식사가 시작된다. 어르신들은 이것도 저것도 모두 맛나다, 맛나다 연신 칭찬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게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될 때는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4~5개월 쉬어야 했어요.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요. 어르신들 혼자 계시면 끼니 챙기기 귀찮아서 대강 드실 텐데 싶어서요. 이제 침점리 가는 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습니다.”
봉사하겠다 생각하면 못했을 일이다. 그저 한 끼 함께 나눠먹는다 생각하니, 내 어머니처럼 생각하니 즐겁고 행복한 밥상이다. 오늘도 곽판숙 씨는 침점리 ‘어머니’들을 위한 밥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밥 한 그릇 싹 비우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면 오히려 제가 더 행복합니다. 대단하고 화려한 밥상이 아니면 어떤가요. 함께 나누는 행복이 이렇게나 큰데요. 기다려주는 어르신들이 계시니 오늘도 힘이 납니다.”
곽판숙 씨의 손끝에서는 오늘도 고소한 기름 두른 나물과 상큼한 오이가 무쳐지고, 구수한 된장찌개가 보글거린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한 끼가 영현면 침점1구 마을회관에 차려진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2년 07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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