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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372 정이향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6월 13일
ⓒ 고성신문
원조 /채연희(디카시마니아)

텃밭에서 원조를 만났다

까맣게 염색하고 
뽀글뽀글 뽁은 머리
수건으로 질끈 동여매고 
마늘 뽑던 울 할매 파마머리

시대를 함께한 뽀글이 파마

이만 원짜리 파마머리를 본 적이 있다. 뽀글이 파마는 똑같은 로트에서 어느 누구 솜씨를 막론하고 빵틀에서 찍은 것처럼 나오는 파마 이름이다. 

 흰머리 염색에 뽀글이 파마는 가성비가 좋은 것도 장점이며 두 달을 거뜬하게 견딜 수 있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친정어머니 파마머리, 이웃집 엄마 머리 지금 생각해보면 똑같은 미용실에서 나온 뽀글이 형제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날에 만 할 수 있는 행사용 머리 스타일이다. 

채연희 시인 <원조> ‘뽀글뽀글 볶은 머리 /수건으로 질끈 동여매고/ 마늘 뽑던 울 할매 파마머리//’ 작가의 기억 속에서 고달픈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수건으로 질끈 동여맨 머리는 수건 사이에 삐죽하게 나와 멋스럽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섞인 노동의 흔적이다.

변화를 추구하지만 변화를 이겨내지 못했을 촌스러움이 배인 뽀글이 머리. 땡글 하게 올라간 머리만큼 혹독한 시대를 건너간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골 패인 주름살은 자기들을 위해서는 지폐 한번 쉽게 내밀지 못하고 오로지 자식들과 남편을 위해 한평생 희생했던 그 시대의 팍팍했던 모습이지 않을까?

지금의 복고풍 ‘원조’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파마 컬이 나오지만 영상에서 보여주는 뽀글이 사진은 울 할머니, 어머니의 슬픔이 응집되어 역사적 정의처럼 굳어져있다. 그들이 살다 간 시대를 사랑하는 것처럼 울 할머니 어머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오늘 숙연하게 그들 이름을 불러본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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