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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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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밀려난 우리들
세상 밖으로 뛰어나가려는 시간의 끝에서 우리는 뭘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고 간혹 길 잃은 양처럼 우두커니 돌아온 길을 보고 또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꿈을 좇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완전한 경계에 서있다. 작은 일에도 감동이 섞인 웃음을 지어 본 지 오래다.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 가방을 메고 갈 아이 어깨를 생각하며 흐뭇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설레는 밤, 기억이 가물 거린다. 노란 금계국, 접시꽃이 나풀거리는 유월. 벌써 초여름에 즈음한 나의 늙음에 익숙해져 버렸다. 생화보다 시들지 않는 조화들이 향기는 없지만 오래 볼 수 있다는 장점과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쉽게 샀던 지난날,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쓸쓸한 등짝에서 생화에서 밀려난 조화처럼 웃는다. 손설강 시인의 <꽃드림> ‘당신의 심장을 뛰게 했다면’ 함께 보인 영상에서 손에 안긴 한 송이 장미가 돋보인다. 사각형 텔레비전 또는 유튜브로 작은 공간을 열고 거기에 갇혀 무덤덤해진 신경세포들만 남았던 나의 무딘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엽서에 편지를 쓰고 시를 필사하고 시를 외우던 그 청춘, 밤늦도록 자지 못하고 책상에 매달렸던 지난날들 오랜만에 마주한다. 오늘도 내일은 차례대로 올 것이다. 페르소나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어제도 오늘은 분명 달랐던 하루였음을 인식하면서 한순간만이라도 무딘 심장이 뛰기 시작한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될 것 같다. |